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문재인 정부를 향해 연일 “인민재판식 방송장악”이라고’ 비판해온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1일 <연합뉴스> 기사 삭제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가 3시간여 만에 “오해”라며 발을 뺐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방송통신위원회 항의 방문 사실을 전하며 “연합뉴스의 방통위 항의 방문 종합기사가 오전 11시52분 송고됐는데 오후 1시36분 갑자기 삭제했다. 3시간이 지나서야 재송고됐다”며 “관련 기사가 무려 3시간 동안이나 느닷없이 사라졌다. 국가기간 통신사인 연합뉴스에 외압이 없었다면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어제 항의 방문을 다녀온 이후 정권과 노조 등이 방통위에 심한 압력을 가했다는 이야기도 돈다. 무리하고 치졸한 이런 끊임 없는 언론장악 탄압행위가 문재인 정권에서 자행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전날 경기 과천 정부청사에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 방문해 이효성 방통위원장 및 상임위원들과 40여분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김 원내대표는 <한국방송> 강규형 이사에 대한 해임절차를 밟는 방통위를 향해 “인민재판식 언론장악이다. 방통위가 언론을 장악하는 정부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현실을 묵과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이런 항의 내용을 보도한 <연합뉴스>가 정권의 압력으로 삭제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자신의 발언을 철회했다. 자유한국당은 낮 12시께 취재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원내대책회의 중 ‘연합뉴스 3시간 기사 삭제’ 건과 관련해 ‘정치적 외압으로 의심된다’는 발언 내용은 확인 결과, 해당 기사 내용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엠바고가 걸려 있던 사안을 연합뉴스가 보도하는 과정에서 기사가 출고되었다가 보류하는 와중에 빚어진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으로 바로잡는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가 방통위를 항의 방문한 날 방통위 전체회의가 열렸는데, 방통위는 통상 전체회의가 끝난 뒤에 관련 내용을 보도하는 엠바고(보도 유예)를 시행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방통위 전체회의가 끝나기 전 김 원내대표 항의 방문 내용과 전체회의 내용을 묶어 기사를 송고했다가 이를 삭제한 것인데, 김 원내대표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마치 자신의 항의 방문 기사가 정권의 외압으로 삭제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원내대책회의 속기록에서도 김 원내대표의 ‘연합뉴스 기사 외압 삭제’ 주장을 뺐다.
이날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홍준표 대표의 말을 그대로 인용한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권은 지금이라도 인민재판식 언론탄압과 언론장악을 즉각 중단하라.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의 폭압적인 언론장악이 곧 부메랑이 되어 이 정권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점을 경고한다”고 했다. 지난 19일 <한국방송> 불우이웃돕기 생방송에 출연해 “한국방송 직원들이 파업 그만 하는게 가장 큰 기부”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던 홍준표 대표는 이튿날 “앞으로 이 정권 중반기를 넘기면 강압적인 언론 왜곡을 시도한 사건들이 봇물처럼 폭로될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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