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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통합 가즈아~당무위 가즈아~’의 그림자

등록 2018-02-03 18:17수정 2018-02-04 13:55

정치BAR_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한 달과 6년
고비 때마다 소통보다는 ‘개인의 결단’ 중시한 그의 6년간 정치 이력
바른정당과의 통합 밀어붙인 지난 한 달과 오버랩

①“정치에 나설지 말지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일단 후보로 나와 수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으면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적어도 지지자들에게 묻는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책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2015년8월)

②“효율성을 중시하는 최고경영자(CEO) 출신들의 리더십은 종종 민주주의의 ‘과정’을 낭비로 보는 문제를 드러내곤 한다.”

-2014년 3월4일 윤여준 당시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 <한겨레> 인터뷰

③“당은 기업 인수합병 하듯이 깨고 만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 당은 호남 민심이 세워주신 것입니다. 정당을 절차적으로 설립하는 것이야 밀어붙이는 것으로도 되겠으나. 민심이 받쳐주지 않는 정당이 제 발로 설 수 있겠습니까?”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 2017년 12월19일 평화개혁연대(준) 전북 토론회 발언

④“절차적으로도 꽤 미흡했다. 법률가 시각(변호사)에서 봐서는 조금 지나친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 2018년 1월30일 라디오 인터뷰

①~④번은 모두 한 사람을 향한 평가입니다. 발언자들은 ‘그’와 같이 정당을 했거나 함께 하고 있는 정치인들입니다. 이들의 평가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의 리더십이 절차보다는 효율성을, 수평적 의사결정이나 소통보다는 수직적인 리더의 결단을 더 중요시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평가를 받는 ‘그’는 정치에 입문한 뒤 ‘‘시이오(CEO·최고경영자) 리더십’이라는 비판적 평가에서도 항상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추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추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그’는 바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입니다. 최근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밀어붙이는 그는 어느 때보다 거침없습니다. 안 대표는 통합 반대파들이 제동을 걸 수 있는 당내 의견 수렴 자리인 의원 총회나 전당대회 대신 당무위원회를 5차례 열어 당헌·당규를 개정하며 통합을 가로막는 ‘벽’을 돌파했습니다. 통합 반대파들의 반발을 피해 자신과 입장을 같이 하는 인사들이 다수 차지하고 있는 당무위를 통한 ‘우회로’를 계속 찾은 것이죠. 매번 당무위 때마다 통합 반대파들이 “민주적 절차 무시”, “정당 사상 유례없는 일” 등으로 반발하고, 당무위 개최를 두고 몸싸움을 벌어지는 이유입니다. 과거 ‘제왕적 총재’ 시절이 끝나고 당내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최근 정당의 역사에서 ‘23곳 분산 전당대회 개최’ 등의 시도는 반대파들로부터 ‘당내 민주주의 파괴’라는 공격을 당해야 했습니다. “기업 인수 합병하냐”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국 2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신당 이름을 ‘미래당’으로 확정하고 통합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었습니다.

목소리를 굵게 내고, 폭탄주를 마신다며 ‘달라진 안철수’, ‘강철수’라는 평가와 보도가 이어졌지만, 최근 통합 과정에서 보여준 안철수 대표의 모습은 과거 정치권에 입문한 뒤 걸어온 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따라옵니다. 의견 수렴보다는 개인의 고독한 결단을 중시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절차적 정당성을 소홀히 하는 ‘CEO리더십’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그동안 안철수 대표가 걸어온 길과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최근의 통합 과정을 정리해봅니다.

■ “통합 가즈아~, 당무위 가즈아~”

1월2일 국민의당 시무식에 참석한 안철수 대표는 ‘가즈아’를 외쳤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용어가 있습니다.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처음 사용했다고 하는데, ‘가자’라는 말보다 더 강한 말입니다”고 운을 떼며 “국민의당! 가즈아!”라고 외쳤죠. ‘가즈아’는 자신이 산 가상화폐(비트코인)이 목표한 가격까지 오르기를 열망하는 것으로 ‘가자’를 길게 늘여 발음한 말입니다. 일종의 주문처럼 사용되는 말인데, 1비트코인이 1500만원으로 오르기를 희망하면 ‘1500 가즈아’라고 하는 식이죠. 안 대표의 ‘가즈아’도 통합에 대한 소망이자 주문이었을까요?

12일 국민의당 당무위가 열린 국회 본청 246호실 앞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반대파와 이들의 입장을 막는 당직자들 사이에 몸싸움 등이 벌어지고 있다. 왼쪽에 손을 든 이는 반대파 최경환 의원이다. 송경화 기자
12일 국민의당 당무위가 열린 국회 본청 246호실 앞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반대파와 이들의 입장을 막는 당직자들 사이에 몸싸움 등이 벌어지고 있다. 왼쪽에 손을 든 이는 반대파 최경환 의원이다. 송경화 기자

이후 그는 당무 집행에 관한 최고의결기관인 당무위원회(100명 이내로 구성)를 통해 ‘통합 가즈아’를 계속 외쳤습니다.

보통 정당은 당의 주요 현안을 결정할 때 당 지도부가 모인 최고위원회에서 주요 사안을 토론해서 결정하고,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합니다. 대략 의견이 모이면 국회 밖 당 인사들까지 광범위하게 아우르는 당무위원회, 중앙위원회 등을 열어 최종 결정을 합니다. 합당이나, 당대표 최고위원 선출, 대통령선거 후보자의 지명 등 주요사안은 당의 최고 대의기구인 전당대회를 통해 결정합니다. 즉 당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사전에 모으고, 대의 기구인 중앙위원회와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의 승인을 받는 것입니다. 물론 중앙위와 전당대회에서 당내 구성원들 사이의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는 통합 반대파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최고위나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모으기보다 5차례의 당무위를 통해 자신의 뜻을 관철해왔습니다. 반대파들과 충분히 소통했고, 더이상 그들의 뜻을 돌릴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안철수 대표는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당무위를 통해 당헌·당규를 수시로 개정하고 통합의 장애물을 걷어냈습니다. 매번 당무위를 열때마다 절차적 정당성 시비가 불거지고, 서로 충돌하는 모습이 연출된 이유입니다. 비서실장이자 측근인 송기석 의원마저 라디오 인터뷰에서 “절차적으로도 꽤 미흡했다. 법률가 시각에서 봐서는 조금 지나친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했죠.

1. 2017년 12월21일 당무위: ‘재신임+전당원투표’ 전격 선언

안철수 대표는 2017년 12월20일 의원총회에 앞서 2시간여 전 바른정당과의 통합과 자신의 재신임 여부를 전당원투표로 결정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전격 선언했습니다. 그동안 통합을 놓고 갈등을 빚던 반대파들은 “안 대표가 의총을 앞두고 알박기 기자회견을 했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죠. 안 대표가 ‘승부수’를 던진 것은 전국 주요 지역 당원 간담회를 진행한 결과, 원외 인사와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통합 찬성 여론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안철수 대표는 다음날인 21일 당무위를 열고 바른정당과의 통합 여부와 안철수 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전당원투표’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통합반대파들이 전당대회가 아닌 전당원 투표는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했지만 안철수 대표는 “당무위원회가 의결하여 회부한 안건을 전당원 투표에 부칠 수 있다”는 당헌 5조를 근거로 삼았습니다. 당무위는 안철수 대표를 지지하며 통합에 찬성하는 원외 인사들로 많이 구성돼 있어 안건은 무난하게 통과됐습니다.

2. 2018년 1월12일 당무위: 몸싸움 속 2월4일 전당대회 개최 안건 통과

2월4일 임시 전당대회 개최 안건이 당무위를 통과했습니다. 이날 당무위 회의장은 통합파와 반대파가 서로 목소리를 높이고 몸싸움을 벌여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사전에 당내 의견 수렴 없이 개최를 통보한 당무위였습니다. 회의장에 들어간 유성엽 의원은 “왜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 보고도 하지 않고 (당무위를) 하느냐”고 항의했고, 장병완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안 대표를 향해 “이런 의사진행에 도저히 승복할 수 없다”고 항의했습니다. 반대 의원들은 항의의 뜻으로 의결 직전 회의장을 빠져나왔고 의결 정족수보다 1명 많은 39명의 찬성으로 ‘2월4일 전당대회 개최’ 안건은 통과됐습니다.

하지만 의결 뒤 안철수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당 통합의 문제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된 전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자평했습니다. (관련기사: 안철수 ‘당무위 강행’에 통합 반대파 “뭐하는 짓이냐” 돌진)

3. 1월15일 당무위 : 찬반 토론 없는 ‘쪼개기 전당대회’

이날 당무위에서는 통합 안건의 수월한 의결을 위해 반대파이자 전대 의장인 이상돈 의원의 권한을 무력화하고, 전대를 전국 23곳에서 동시 개최하는 안이 통과됐습니다. 통상 전당대회에서는 ‘체육관’ 등 특정 장소에서 의장의 성원 여부 확인 및 안건 상정, 개시 선언 등에 따라 투표가 시작되는데 이번 당규 신설로 국민의당은 이같은 절차 없이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정한 시각에 전국 각지에서 투표를 바로 시작해 투표 종료 뒤 성원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 것이죠. 유례없는 ‘쪼개기 전당대회’가 열리게 된 것입니다. 기존의 체육관에 모여 하는 전당대회를 할 경우 반대파의 보이콧으로 의결정족수 부족문제가 생기거나, 반대파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나온 아이디어입니다. 장애물을 걷어내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자는 통합 찬성파들의 전략이 엿보입니다.

이날 역시 반대파 당무위원들은 당무위 의결 직전 회의장을 빠져나와 보이콧했습니다. 이날 당무위는 재적위원 75명 가운데 41명이 참석해 38명이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반대파의 반발에 대해 안철수 대표는 “지난번 당무위, 이번 당무위도 마찬가지지만 (반대파에도) 공평하게 토론할 기회를 드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통합 파트너인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이날 “국민의당 내분이 심각하니 정치적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관련기사: 국민의당 ‘이상돈 의사봉’ 없이 투표 가능 당규 개정)

4. 1월28일 당무위

이날 오후 통합반대파의 민주평화당(민평당) 창당발기인대회가 시작된 지 한 시간 뒤인 오후 3시 안철수 대표는 당무위를 열고 민평당 창당에 나선 당내 인사 179명에 대해 2년간 당원권 정지라는 비상징계를 의결했습니다. 안 대표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소위 민주평화당 창당 발기인은 더이상 남의 당 전당대회를 방해하는 행위를 멈추고 지체 없이 당적을 정리하고 떠나라”고 요구했습니다. 통합 이전에 새로운 당을 창당한 이들에게 ‘초강수’를 둔 것입니다.

5. 1월31일 당무위: 전당대회 취소하고 전당원 투표로 통합 결정

이날 당무위에선 전당원 투표 대상에 ‘전당대회를 개최하기 어려운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당의 합당과 해산에 관한 사항’을 추가하고, 역시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중앙위가 전당대회의 기능과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당헌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당의 해산, 합당에 관한 사항의 의결’은 전당대회에서 한다”는 당헌을 우회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전당원 투표로 결정하겠다는 것입니다. 안철수 대표가 든 ‘상당한 사유’는 반대파가 추진하는 민주평화당과 국민의당 사이 ‘이중당적’ 당원의 문제가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이에 일정을 연기하기보다는 최고 대의기구인 전당대회의 역할을 그 하위 기관인 중앙위원회에 넘기는 ‘우회로’를 또다시 택한 것입니다. 국민의당은 이런 방식이 가능하도록 오는 4일 중앙위에서 당헌 개정을 완료하고, 5일 전당원투표를 한 뒤 11일 다시 중앙위를 열어 결과를 추인할 계획입니다. 당무위가 끝나고 안철수 대표는 “몇천 명 수준의 대표당원 의사를 묻는 게 아니라 28만 명 당원 의사를 묻는 전당원 투표를 하겠다”며 “한국 정당사상 최초로 전당원 투표에 의해 통합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애초 통합 반대파의 반발을 무릅쓰고 당규 개정을 통해 추진한 전당대회를 불과 나흘 전에 취소하고 거듭된 ‘룰’ 변경을 통해 전당원 투표 등으로 대체하면서 “통합을 밀어붙이기 위한 무리수”라는 비판이 따라왔습니다.

국민의당은 12일 오후 국회에서 당무위원회를 열어, 바른정당과의 통합 여부를 정하기 위한 임시 전당대회를 2월4일 열기로 의결했다. 사진은 통합에 반대하는 장정숙 의원(왼쪽)이 안철수 대표에게 항의하는 모습. 강창광 기자
국민의당은 12일 오후 국회에서 당무위원회를 열어, 바른정당과의 통합 여부를 정하기 위한 임시 전당대회를 2월4일 열기로 의결했다. 사진은 통합에 반대하는 장정숙 의원(왼쪽)이 안철수 대표에게 항의하는 모습. 강창광 기자

■ 결단의 안철수?

2017년 12월28일 방송된 JTBC <썰전> 갈무리
2017년 12월28일 방송된 JTBC <썰전> 갈무리

12월28일 방송된 제이티비시(JTBC) 시사예능프로그램 <썰전>에서 유시민 작가는 안철수 대표에게 “결단을 잘 하신다고 그 전부터 생각했다”며 “그런데 (결단을)너무 자주 하셔가지고…결단은 어쩌다 한 번 해야지 그럼 잘 안되더라”라고 ‘뼈있는’ 조언을 건넸습니다. 이에 안철수 대표는 “결단 자주하지 않겠다”고 웃으며 답했죠.

실제로 그는 ‘결단의 아이콘’입니다. 문제는 최소한의 측근들과 상의해 홀로 내린 결단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 2012년 대선 출마를 포기할 때 그는 전격적인 결단을 내렸습니다. 한때 안 대표의 핵심 인사였던 금태섭 의원이 책에 2012년 대선 당시를 복기하며 “적어도 지지자들에게 묻는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고 한 이유입니다.

그 뒤에도 ‘고독한 결단’은 계속됩니다. 민주당과 전격 통합을 선언할 때(2014년 3월2일), 자신이 창업자였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할 때(2015년 12월13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민주당과 전격 통합을 선언할 때는 안철수의 ‘멘토’로 불리며 독자 창당에 함께했던 윤여준 당시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마저 통합 사실을 사후에 알았습니다. 그는 당시 안철수 대표를 향해 “효율성을 중시하는 CEO 출신들의 리더십은 종종 민주주의의 ‘과정’을 낭비로 보는 문제를 드러내곤 한다”고 쓴소리를 했죠.

결단을 내릴 때마다 안철수 대표는 비장한 표현을 자주 쓰기도 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할 때 “저는 이제 허허벌판에 혈혈단신 나섭니다”라고, 2016년 3월6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에는 “국민의당과 저는 힘들고 두려운 광야에 있다.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사방이 적뿐이다”며 거부했습니다. 지난해 8월27일 논란 끝에 당대표에 선출됐을 때도 “광야에서 쓰러져 죽을 수 있다는 결연한 심정으로…”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리더십이 독단적이라거나, 기업과 달리 정치에 맞지 않는다는 외부 비판에 “짧은 시간 내에 압축적으로, 농축적으로 정치 경험을 했다”고 반박하곤 합니다.

■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고…

<JTBC> 유튜브 채널 갈무리
유튜브 채널 갈무리

안철수 대표는 새해를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31일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를 새해 고사성어로 선정했습니다.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아 건넌다”는 뜻의 이말은 통합 반대파의 반발을 뚫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밀고 나가는 안 대표의 심경이 반영된 걸로 보입니다. (이 말은 기업인들의 신년사에도 자주 언급되는 말입니다.) 실제로 1월 통합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장애물을 하나씩 걷어가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이 고사성어는 <삼국지연의>에 나온 말로 적벽대전에서 유비와 손권 연합군에 패하고 도망가던 조조가 부하들이 ”길이 좁은 데다 진흙 구덩이에 말굽이 빠져 갈 수 없다”고 호소하자 호통을 치며 한 말이라고 합니다. 군대는 산을 만나면 길을 만들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고 행군한다는 취지로, 병사들의 행군을 재촉한 것이죠. 하지만 필사적으로 도망간 조조는 화용도에 매복하고 있던 관우에게 붙잡힙니다. 하지만 조조는 과거의 인연을 언급하며 관우에게 매달렸고 결국 살아남습니다. 물론 처량한 모습으로 남은 군사를 수습해 돌아갔죠.

안철수 대표의 ‘봉산개도 우수가교’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이 될까요. 장애물이 가로막을 때마다 길을 만들고 다리를 놓아 계속 앞으로 나아갈까요? 아니면 조조의 봉산개도 우수가교가 될까요? 일단 그 시험대는 오는 6월 지방선거가 될 것 같습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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