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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중진들 “홍준표 대표, 회의 좀 엽시다!”

등록 2018-02-08 17:57수정 2018-02-09 09:26

“야당 역할 못해…중단된 최고-중진 연석회의 개최” 공동요청
홍 대표 쪽 “의무 아냐…수사받는 중진, 당 이미지 도움 안돼”

6·13 지방선거 전략 부재 우려, ‘홍준표 사당화’ 불만 분석
매주 2차례 열던 최고위원회의도 올해 들어 두 번만 열려
홍 대표 쪽 “걸러지지 않은 말 나오면 ‘봉숭아학당’ 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해 7월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해 7월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그간 중단되었던 최고중진연석회의 개최를 요청한다”, “당 이미지에 도움 안 되는 분과 하는 공개회의는 바람직하지 않다”.

자유한국당 4선 이상 중진의원 12명이 8일, 홍준표 대표에게 “회의 좀 열자”는 공동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홍 대표 쪽은 “당 이미지에 도움 안 되는 분” 등의 표현을 써가며 “현재로서는 연석회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일축했다. 6·13 지방선거에서 각 지역을 책임지는 당 중진들에 대한 홍 대표 쪽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어서 당내 파장과 갈등이 예상된다.

이주영·심재철·정갑윤(이상 5선), 정우택·주호영·나경원·한선교·신상진·강길부·정진석·유기준·홍문종 의원은 이날 “문재인 정부의 실책으로 대한민국이 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조차 보수적통 정당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세간의 민심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구국(救國)과 구당(救黨)의 마음으로 홍준표 당 대표께 그간 중단되었던 최고중진연석회의 개최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연석회의 개최를 요청한 한 중진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재 최고위원회의는 홍 대표가 열고 싶으면 열고 싫으면 안 여는 식이다. 당내 주요 의사결정을 홍 대표 혼자서 결정하고 있다”며 “홍 대표 단독 플레이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당의 중진들과 지혜를 모아서 난국을 이겨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헛발질이 잦아지면서 바닥 민심이 움직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자유한국당으로 모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홍준표 대표에게 있다. 지금같은 행태로는 외연을 넓힐 수 없다”고 했다. 또다른 중진의원은 “중진의원들 사이에 ‘왜 연석회의가 없느냐’는 말이 많았다. 자주 하지는 않더라도 이 당에서 선수 높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말들이 있지 않느냐”고 했다.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최고위원이 3명이나 궐위된 상황인데도 전국위원회에서 새로 선출하지 않고 6·13 지방선거 때까지 지금 상태로 가겠다는 것이 홍 대표의 생각이다. ‘홍준표 사당화’ 논란이 이는 상황에서 겁먹은 초·재선들 대신 중진의원들이 나선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당내에서는 이날 중진의원들의 공동행동 배경에 6·13 지방선거 전략 부재에 대한 우려, 그간 누적돼온 ‘홍준표 사당화’ 불만 등이 중첩돼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지금부터라도 홍 대표의 당 운영방식에 문제제기하는 모습을 보여야 6·13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공동 책임론’을 피할 수 있다는 ‘생존본능’도 작동하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 ‘친홍계’에 맞서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주영·홍문종·한선교 의원, 여기에 옛 친박계 중진 다수가 이름을 올린 것을 두고 ‘비주류 당권파’에 대한 ‘주류 비당권파’의 견제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당 최종 의사결정 기구인 최고위원회의는 올해 들어 지난달 2일 신년인사를 겸한 최고위원회의, 지난달 31일 당헌·당규 개정안 의결을 위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단 두 차례만 열렸다. 원래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는 일주일에 두 차례씩 개최돼 왔다. 여기에 중진의원들과 주기적으로 연석회의를 열어 당 운영과 관련한 조언과 쓴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해 왔는데, 지난해 7월 홍준표 체제가 들어선 뒤 중진의원과의 연석회의는 두 차례(지난해 7월5일, 8월23일)만 열린 뒤 5개월이 넘도록 소집되지 않고 있다. 홍 대표는 당 대표 선출 이틀 뒤인 지난해 7월5일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열어 “앞으로 중진 의원님들과 초선·재선·3선 의원님들과 당 지도부와 함께 머리를 맞대는 자리를 매주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최고중진연석회의 개최는 당헌·당규상 의무사항이 아니다. 최고중진연석회의가 없어서 당 운영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심은 당의 비공식기구를 통해 잘 듣고 있다”며 중진의원들의 연석회의 개최 요구를 단번에 일축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연석회의 개최를 요구한 중진의원 중에) 친박 의원님도 많고 당협위원장직에서 떨어진 분(유기준), 수사를 받는 분(홍문종), 당 이미지에 도움 안 되는 분들이 내부 분란을 일으키는 식”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당 이미지를 깎아먹는 이들이 사실상 정치적 의도로 연석회의를 요구했다는 비난인 셈이다. 최고위원회의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과거에도 ‘봉숭아학당’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걸러지지 않은 말이 공개적으로 나오면 당 이미지에 굉장히 안 좋다”며 앞으로도 비공개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지난해 말 6·13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이철우·이재만 최고위원이 사퇴하고, 류여해 최고위원은 제명 처분되면서 전체 9명 중 3명이 궐위 상태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전당대회를 통한 선출직 최고위원들이 궐위인 상황에서 모든 권한을 다 행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 때문에 중요한 의결이 필요할 때만 최소한으로 최고위원회의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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