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별세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직접 방문하는 형식의 조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김 전 총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김 전 총리 추서 문제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준비가 되는 대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유족에게 예우를 갖춰 애도를 표하라”고 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김 전 총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에 조화와 함께 한병도 정무수석을 보내 고인을 추모한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 취임 이후 빈소에 조문 가신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총리 훈장 추서 논란과 관련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는데 다 고려해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 이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김 전 총리 조문을 가지 않기로 한 배경에는, 우선 김 전 총리와의 별다른 인연이 없고 현직 대통령이 전직 총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예가 많지 않은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본격적인 정치를 시작한 시기는 2012년 안팎이고 김 전 총리는 그보다 몇 년 전에 정계를 은퇴해 개인적인 인연이 전혀 없다”며 “문 대통령의 조문 여부가 기사화되는 분위기가 오히려 의아하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에 대한 훈장 추서 논란에 대해 청와대는 전례에 따른 조처임을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최근 돌아가신 전직 총리 네 분 가운데 이영덕·남덕우 두 분의 전직 총리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 받았고, 박태준 전 총리는 청조근정훈장을 추서 받았다. 강영훈 전 총리는 훈장을 추서 받지 않았다”며 “이 전 총리와 남 전 총리는 일반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훈장인 무궁화장을 받은 것이고, 박 전 총리는 생전에 무궁화장을 받았기 때문에 공직자가 받는 청조근정훈장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 전 총리는 생전에 무궁화장을 받아서 돌아가신 뒤에는 훈장을 추서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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