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성평등 문제를 여성가족부의 의무로 여기지 말고 각 부처의 행정영역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서는 각 부처가 책임져야 하는, 고유의 업무로 인식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머리발언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공공시설 영역에서는 행안부가, 직장 영역에서는 고용부가, 문화 예술 체육 영역에선 문체부가, 학교 영역에서는 교육부가, 군대 영역에서는 국방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오늘 발표되는 (관계부처 합동 성희롱·성폭력 방지) 보완대책이 국민들이 체감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도록 각 부처가 모든 행정역량을 투입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번 주가 양성평등 주간임을 환기시키면서 “광화문 광장의 수많은 촛불에서부터 최근 미투 운동의 외침까지 국민들께서는 나라다운 나라, 공정한 나라, 차별없는 나라를 만들라는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깊숙히 자리잡은 성차별과 성폭력을 근절하고 성평등한 민주사회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러한 국민의 기본적인 요구에 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관계부처 합동 성희롱·성폭력 방지 보완대책이 보고됐다.
문 대통령은 전날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한 노정희 여성 대법관 후보를 거론하면서 “그대로 임명이 된다면 여성 대법관이 사상 최초로 4명으로 늘게 된다. 오늘 오후에는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출범하는데 이런 성격의 정부위원회로서는 사상 최초로 여성 위원의 숫자가 과반수가 넘게 구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성평등 문제만큼은 이 정부에서 확실히 달라졌다는 체감을 국민들께 드릴 수 있도록 전 부처가 여가부와 함께 힘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여성가족부는 국무회의에서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성희롱·성폭력 근절 보완대책’을 보고했다. 공무원의 경우, 관리자가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은폐하거나 피해자에 대한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징계를 받도록 했다. 또 민간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관을 늘려 성희롱·성차별 감독을 강화하고, 남녀고용평등 전담 근로감독관도 단계적으로 확대·배치하도록 했다.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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