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온라인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실적으로 증명된 이재명이 나라를 위한 준비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더 큰 도구를 달라”며 1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2017년 4월3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한 뒤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다시 키워서 되돌아오자”고 했던 그는 동영상 공개 방식으로 진행한 출마 선언을 통해 자신이 왜 대통령이 되려는지, 대통령이 돼 무엇을 하려는지 설명했다.
이 지사가 이날 출마 선언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경제(18회)와 성장(11회), 공정(7회)이었다. 대한민국 현실을 위기로 규정한 그는 위기의 원인인 ‘불공정과 양극화’를 ‘공정경제’와 ‘성장’으로 뚫고 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지사는 “우리 기성세대는 현실은 척박해도 도전할 기회가 있고 내일은 더 나을 것이라 믿어지는 세상을 살았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의 삶은 위기를 맞고 있다”며 “특권과 반칙에 기반한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 정치로 모두 함께 잘 사는 대동세상을 향해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자본, 더 나은 기술, 더 훌륭한 노동력을 갖추었음에도 우리가 저성장으로 고통받는 것은 불공정과 불평등 때문”이라며 “
승자만 생존하는 무한경쟁의 약육강식이 일상이 되었다. 풀 수 없는 매듭은 자르고 길 없는 광야에는 길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공정과 양극화가 효율적인 자원 배분과 경쟁을 왜곡하고 있다고 진단한 이 지사는 “대전환의 위기를 경제 재도약의 기회로 만드는 강력한 경제부흥 정책을 즉시 시작하겠다. 획기적인 미래형 경제산업 전환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국가재정력을 확충해 보편복지국가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보수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성장’ 담론을 적극 수용해 “모두가 최소한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트레이드마크인 기본소득도 도입해 “누구나 최소한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고, 주거 대책으로는 “충분한 기본주택”과 “적정한 분양주택” 공급을 약속했다. 또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보장되는 합리적 노동환경을 만들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 등 온갖 갈등의 영역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균형과 상식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이날 △계곡 불법시설 정비 △청년배당 제도 등 경기지사 재임 3년의 성과를 내세우며 “저 이재명은 지킬 약속만 하고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켰다. 위기가 더 많았던 흙수저 비주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성과를 만들어온 이재명이야말로 위기의 대한민국을 희망민국으로 바꿀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자신의 약속을 실현할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나 재정 조달 방법 등은 제시하지 않아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문제로 대선주자들의 해법도 제각각이라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이 지사는 정치에선 “진영논리와 당리당략으로 상대의 실패와 차악 선택을 기다리는
정쟁 정치가 아니라 누가 잘하나 겨루는 경쟁 정치의 장을 열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국민을 가르치는 ‘지도자’가 아닌 주권자를 대리하는 일꾼으로서 저 높은 곳이 아니라 국민 곁에 있겠다”고 다짐했다. 또 “자랑스러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토대 위에 필요한 것은 더하고, 부족한 것은 채우며, 잘못은 고쳐 더 유능한 4기 민주당 정권, 더 새로운 이재명 정부로 국민 앞에 서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인정하면서 고칠 것은 고쳐서 정권 재창출을 완수하겠다는 것이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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