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속 윤 전 총장, 본인 개입 의혹도 첩첩 반전 거듭하는 ‘처가 사건 압력’ 징계 의혹 ‘세무서장 뇌물 사건 비호’ 3종 의혹 큰 불씨
[논썰] 윤석열 ‘대선 지뢰’ 3탄…본인 의혹들 ‘치명타’ 되나 한겨레TV
23억여원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아무개(74)씨가 2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앞서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49)씨는 6월30일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과거에 관한 소문을 전면 부인합니다. 김씨는 “제가 쥴리니 어디 호텔에 호스티스니 별 얘기 다 나오는데 기가 막힌 얘기예요. 쥴리의 진실을 찾아서 그런 거 한 번 써보세요”라고 했죠. 또 과거 한 유부남 검사와 동거를 하고 자신과 어머니 최씨가 관련된 소송 사건 등에 영향력을 행사토록 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제 집에는 제 친구들도 모여 살았다. 누구랑 동거할 시간이 없는데, 어떻게 누구랑 동거를 하느냐. 우리나라 공무원 사회가 얼마나 무서운데 그 검사는 바보입니까”라고 전면 부인했습니다. 김씨는 “거짓과 진실은 반드시 있는데, 목소리 큰 사람이 자꾸만 이긴다. 그래도 결국 사실은 사실이고, 진실은 드러나게 돼 있다"고도 했습니다.
[논썰] 윤석열 ‘대선 지뢰’ 3탄…본인 의혹들 ‘치명타’ 되나 한겨레TV
앞서 <논썰>에서 지난 두주 연속으로 윤석열 전 총장의 장모 최씨 사건과 부인 김건희씨의 의혹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그 뒤 김씨의 인터뷰와 최씨의 유죄 판결이 나왔습니다 윤 전 총장 본인도 6월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 주자로서 능력과 도덕성에 대한 무제한 검증을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논썰>에서는 부인과 장모 문제 및 지인 사건과 관련해 윤 전 총장 본인에게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지난 두번의 <논썰>을 두고는 많은 응원과 동시에 ‘그동안 뭐하다가’ ‘왜 이제야’ 같은 비판과 질책도 적지 않았습니다. 일부 윤 전 총장을 옹호하는 댓글도 달렸는데요. 옹호 논리는 두 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겠습니다.
“윤석열이 아내를 버려야 한다는 말이냐” 설득력 떨어져
먼저 노무현 전 대통령 사례와 연결시켜 ‘그럼 윤 전 총장이 아내를 버려야 한다는 말이냐’ 식의 반박 댓글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건 논리가 맞지 않는 억지 주장이라고 봅니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어린 시절 딸은 알지도 못하는 사건으로 처벌받고 숨진 장인의 문제를 들어 사위에게까지 색깔론을 편 연좌제적 발상에 맞선 것이죠. ‘아내를 버려야 하느냐’는 노 전 대통령의 한마디로 색깔론과 연좌제라는 시대착오적 공격은 무력화됐습니다. 하지만 지금 윤 전 총장의 처가 의혹 중에는 부인 김건희씨가 성인으로서 직접 관련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만 2건입니다. 장모 사건에도 연루 의혹이 제기되고 있죠. ‘장모 때문에 아내를 버려야 하느냐’는 논리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겁니다.
또 하나 윤석열 전 총장을 옹호하는 논리는 이런 거죠. ‘장모와 부인 사건 다 윤 전 총장과 결혼하기 전에 벌어진 일 아닌가. 결혼 전 사건까지 책임지라는 건 가혹하지 않나’ 하는 겁니다. 독립된 성인이 만나서 결혼하기 전까지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각자가 책임지면 되는 문제 아니냐는 건데요. 나름 일리가 있는 주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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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서 분명히 따져봐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부인과 장모가 연루된 의혹에 윤 전 총장 본인은 정말로 전혀 관여하지 않았나, 하는 점입니다. 만약 윤 전 총장이 김건희씨와 교제 중이거나 결혼한 뒤 처가 관련 사건에 부당하게 개입한 일이 있다면, 윤 전 총장이 결혼 전 처가의 문제에 왜 책임을 져야 하나라는 물음 자체가 성립할 수 없습니다. 윤 전 총장 또한 책임이 무겁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윤 전 총장이 결혼을 전후해 부인과 장모 관련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윤 전 총장에 대해 처가 사건에 개입한 혐의가 있다며 감찰과 징계를 해달라는 진정을 두차례나 냈고, 그 중 한번은 ‘윤 전 총장을 정직 1개월 징계 처분했다’는 법무부 회신까지 받았습니다. 다만 윤 전 총장은 감찰과 징계위원회 모두 처가 사건 개입 의혹에 대해 인정한 적은 없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엇갈리는 두 주장 중 과연 진실은 어느 쪽에 있을까요. 차분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두번이나 윤 전 총장에 대한 감찰과 징계를 요청한 인물은 ‘관청 피해자 모임’ 회장 정대택씨입니다. 관청피해자모임은 검사, 판사, 경찰 등 권력기관 관료들에 의해 수사와 재판에서 억울한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정씨는 윤 전 총장 장모와 서울 오금동의 한 건물 투자 수익 분배 문제를 놓고 17년째 소송과 분쟁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2004년 첫 소송 당시 양아무개 당시 부장검사가 최씨 모녀로부터 해외여행 경비 등 뇌물을 제공받고 소송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양 검사를 뇌물수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정대택씨는 김건희씨의 <뉴스버스> 인터뷰에 대해서도 이렇게 반박합니다.
“김건희의 인터뷰는 100% 거짓말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얘기고. 2004년 7월10일경에 인천공항 출발해서 체코 프라하로 출국해서 10박11일간 여행한 증거도 갖고 있습니다. 자백한 증거도 있고요.”(6월30일 <YTN> ‘뉴스가 있는 저녁’)
정대택, 양 검사 이어 윤석열 검사 겨냥 왜?
그런 정대택씨가 2012년 3월에는 양 검사가 아닌 윤석열 전 총장이 장모와 부인 관련 사건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진정서를 법무부와 검찰에 냈습니다. 당시 윤 전 총장은 대검 중수2과장을 거쳐 중수1과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중간 간부급 특수통 검사의 최고 요직이죠. 정씨는 진정서에서 이렇게 주장합니다. “최아무개 모녀의 모함으로 누명을 쓰고 2년간 징역을 복역하고 출소한 2008년경부터 새로운 사실을 첨부하여 최씨 등을 고소한 사건에 (윤석열 과장이) 압력을 행사했다.” 당시 검찰이 자신이 고소한 사건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한 반면, 윤석열 과장의 장모가 고소한 사건은 기소를 한 것은 윤 과장의 압력 때문이다, 이런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정대택씨는 왜 이 시점에서 양 검사가 아닌 윤석열 검사를 최씨 모녀의 뒷배로 지목하게 된 걸까요. 정씨는 ‘2004년께 최씨 모녀의 뒤를 봐주던 양 검사가 이후 한 지방검찰청 차장검사를 끝으로 검찰을 퇴임하면서 최씨 모녀와 관계가 끊겼다’고 주장합니다. 또 ‘그 뒤 최씨 딸 김건희씨가 윤석열 검사와 강남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동거 중인 사실을 알게 됐고, 윤 검사가 자신의 소송에 개입했다는 심증을 갖게 돼 2012년 3월 진정서를 넣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정대택씨의 진정에 따라 대검찰청은 감찰1과에 이 사건을 배당합니다. 감찰1과는 2012년 5월31일 오후 3시부터 11시까지 8시간 동안 정씨를 조사합니다. 그러나 감찰1과는 결과적으로 윤석열 과장이 사건에 개입한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무혐의 종결 처리합니다. 당시 감찰이 진행되던 도중인 6월13일 윤 과장은 감찰 사실을 취재하던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고 합니다. 윤 과장은 “진정인은 정신이 나간 사람이다. 진정 내용은 전부 거짓말이다” 압력 행사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고 합니다. 이런 말도 합니다. “진정인은 지난 10년간 장모를 괴롭힌 사람으로 그것 때문에 장모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1심에서 1000만원의 벌금을 받았다. 심지어 인터넷에 제 부인을 ‘꽃뱀’이라고 표현한 글도 올렸다. 제가 아내와 교제하다가 결혼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비방하고 다녔다.”
[논썰] 윤석열 ‘대선 지뢰’ 3탄…본인 의혹들 ‘치명타’ 되나 한겨레TV
여기서 윤석열 전 총장의 장모가 명예훼손으로 정씨를 고소해 1심에서 내려진 벌금 1000만원 판결은 이후 2015년 12월 대법원에서 확정됩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정씨는 ‘최씨가 딸을 검찰 고위층에 접근시키고 돈으로 매수했다’는 등 총 16차례 허위사실을 인터넷 사이트 등에 게재했다”고 인정합니다. 다만 이 판결은 명예훼손의 직접적 대상이 장모 최씨라는 점에서, 윤 전 총장의 압력 행사 의혹까지 말끔히 해소하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대검의 무혐의 종결 처리에 반발한 정대택씨는 2013년 12월 다시 한번 같은 내용의 진정서를 이번에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제출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첫번째 반전이 펼쳐집니다.
법무부, 정대택에게 ‘윤석열 징계 처분’ 회신 미스터리
법무부는 12월31일 정씨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회신서를 보내옵니다. “귀하께서 2013년 12월18일 법무부 민원실을 통해 제출한 민원의 취지는 윤석열 검사에 대해 엄중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검사 징계위원회에서는 2013년 12월18일 윤석열 검사에 대하여 정직 1개월의 징계 처분을 의결하였음을 알려드린다.”
정대택씨가 독직 등의 사유로 윤 전 총장 징계를 요청한 데 대해 법무부가 ‘정직 1개월에 처했다’는 회신을 보내온 겁니다. 정씨는 당연히 징계 사유가 독직 등 자신이 제기한 것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또 한번 반전이 일어납니다. 12월31일자 법무부 공고에도 윤 전 총장 징계 내용이 실렸는데요, 여기엔 사유가 ‘항명, 재산신고 누락’으로 기록된 겁니다. 구체적으로 ‘중앙지검장 지시를 위반하고 보고 및 결재 없이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영장 및 압수수색영장을 청구, 이를 집행한 점’ ‘2013년 2월21일 정기 재산변동 사항 신고 시 배우자 명의의 토지 등 총 9건 5억여원의 재산을 중대한 과실로 잘못 신고’ 등의 내용입니다.
회신과 관보의 차이는 무엇 때문일까요. 일부에선 회신서가 윤 전 총장을 징계해달라는 민원에 대해 단지 징계가 이뤄졌다는 점만 알린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합니다. 실제 사유는 관보 내용 그대로일 거라는 주장입니다. 진정서를 낸 날짜와 징계 의결 날짜가 12월18일로 동일하다는 점도 진정서 내용이 징계 의결에 반영되지 못했을 것임을 말해준다는 지적 또한 나옵니다.
그러나 반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2017년 2월10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이상돈 당시 국민의당 의원은 이런 질문을 합니다. ‘윤석열 검사가 좌천된 후 특검에서 맹활약 중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정원 댓글 수사를 하다 항명으로 징계를 받고 좌천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겁니다. 그런데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는 이렇게 답합니다. “윤석열 검사는 그 이후에 다른 부적절한 일들이 있어서 그것으로 징계를 받았고, 그래서 원치 않는 보직으로 갔다. 단편적인 게 아니라 전반적인 것을 살펴야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반전의 연속입니다. “그 이후에 다른 부적절한 일들이 있었다”는 건데요. 물론 이 역시 항명에 더해 재산신고 누락이 징계 사유로 추가된 것을 얘기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그러나 ‘부적절한 일들’이라고 한 데 비춰, 공개되지 않은 또다른 징계 사유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 또한 제기됩니다.
[논썰] 윤석열 ‘대선 지뢰’ 3탄…본인 의혹들 ‘치명타’ 되나 한겨레TV
다만 황교안 전 총리는 지난 1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당시 대정부질문 답변 때 말한) ‘부적절한 일들’이 윤 전 총장의 배우자 관련 의혹을 얘기한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전혀 관계 없다. 다른 사건이다”라고 답을 합니다. 황 전 총리는 또 ‘배우자 관련 의혹이 아니라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관련 의혹이냐’는 이어지는 질문에 “제 기억으론 그것과도 관련된 게 아니다.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한 조치였다”고 말했습니다. 여전히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발언입니다.
결국 윤석열 전 총장 징계와 관련된 의문점을 명쾌하게 풀기 위해서는 당시 징계위원회 회의록 등이 공개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징계위에서 논의된 내용을 들여다 봐야 결론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는 겁니다. 새로운 팩트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논썰에서도 추가 취재와 확인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자, 지금까지 부인과 장모가 연루된 소송과 수사에 윤 전 총장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윤 전 총장이 부인과 장모 말고 자신의 가까운 지인의 범죄 혐의를 비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윤우진 용산세무서장 뇌물 의혹’ 사건이 그것입니다. 윤우진 전 서장은 윤 전 총장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검사죠,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의 친형입니다. 검찰 내부에선 윤석열을 ‘대윤’, 윤대진을 ‘소윤’이라 부를 정도로 두 사람은 막역한 사이입니다. 윤 전 총장은 형인 윤우진 서장과도 여러번 골프를 같이 하고 식사도 종종 함께 하는 등 친한 사이였다고 합니다.
검찰, ‘세무서장 뇌물 의혹’ 영장 신청 6번 기각 왜?
그런데 윤우진 세무서장이 2012년 초 경찰 수사망에 포착됩니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윤 서장이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육류 수입업자 김아무개씨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현금과 향응, 골프 접대 등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에 착수합니다. 특히 김씨가 인천의 한 골프장에 선결제를 해두면 윤 서장이 검사, 언론인, 세무공무원 등과 수시로 가서 공짜로 골프를 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포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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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8월9일 경찰은 본격적으로 수사를 개시하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첩보 확인을 위해 골프장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7차례 신청하지만 처음 단 한번을 빼고는 나머지 6번 모두 검찰에 의해 기각된 겁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게 첫 영장 하나는 내주고 나머지 6개는 다 기각을 하는데, 그게 재미있는 게 처음에는 경찰이 윤우진씨나 관련자들이 누구 이름으로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는지를 몰라서 윤우진씨 이름으로 부킹이 되어 있는 내역을 달라고 신청을 해요. 그런데 그게 내줬어요, 검찰이 아무 말도 없이 내줘요. 그래서 그 골프장을 들어갑니다. 그런데 윤우진씨 이름으로 골프를 친 사람의 흔적이 하나도 나타나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 골프를 쳤다는 것은 윤우진씨도 인정을 했는데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윤우진씨를 포함한 윤우진씨 주변 인물들이 가명으로 다른 사람 이름으로 골프장 부킹을 해서 골프를 치는 거죠. 그러니까 이것은 흔히 고위공직자나 정치인들이 골프를 칠 때 자기 이름으로 치는 사람 별로 없잖아요. 그런 일이 벌어진 거죠. 그래서 그다음에는 경찰이 윤우진씨가 썼던 차명을 확인해서 그 이름으로 영장을 신청하기 시작하니까 그때부터는 아무것도 안 나오는 거죠.”(한상진 <뉴스타파> 기자, 2020년 3월27일 <KBS> ‘최강시사’)
경찰이 사실관계에 접근하려고 하면 검찰이 가로막는 듯한 행태는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경찰은 윤 서장을 8월20일 소환하지만, 윤 서장은 건강 문제를 들어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습니다. 소환조사 11일 뒤엔 돌연 홍콩으로 출국해 태국과 캄보디아 등지를 돌며 도피 생활에 들어갑니다. 경찰이 11월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한 지 5개월 만인 2013년 4월 태국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됩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또 기각합니다. 해외로 도피했다가 잡혀서 송환된 피의자인데 공항에서 체포하지 않고 그냥 집으로 보내주는 기막힌 일이 벌어진 겁니다. 이후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입니다. 무려 2년여 사건을 끌더니 2015년 2월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한 겁니다.
“단군 이래 처음”…희대의 ‘사건 봐주기’ 의혹
“태국에서 인터폴에 체포가 돼서 압송이 되죠. 그러면 상식적으로 이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은 어떻게 해야겠어요? 인천공항에서 붙잡아서 수사를 시작해야 될 텐데 붙잡지 않습니다. 이 사람 집에 갔고요. 그래서 한달여가 지난 다음에 이 사람을 소환해서 조사를 합니다. 그러고 나서 한 2년 뭉개요. 그러다가 2015년 2월경에 무혐의 처리를 하는데 무혐의 이유가 뭐냐 하면 윤우진씨가 금품을 받은 것은 맞는데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였고요. 그러고 나서 2012년에 해외로 도주한 다음에 국세청이 윤우진씨에 대해서 파면 처분을 내렸거든요. 그런데 윤우진씨는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하고 나니까 그것을 이유로 행정소송을 제기해요. 그러니까 본인을 파면한 처분을 취소해달라. 그래서 본인이 또 이깁니다. (…) 그래서 2015년 6월에 명예롭게 정년퇴직을 했습니다. 당연히 윤석열씨를 포함한 검사들, 그러니까 10여 명에 달하는 관련자들로 보이는 검사들과 관련된 수사는 당연히 중단이 된 거죠. (…) 단군 이래 첫 사건입니다, 이런 사건은.”(한상진 <뉴스타파> 기자, 2020년 3월27일 <KBS> ‘최강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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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비호·접대 등 ‘의혹 3종’…경찰 수사 대상 오르기도
그런데 이 희대의 사건과 관련해 윤 전 총장에겐 세가지 측면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첫째, 검찰의 ‘봐주기 수사’에 힘을 쓴 게 아니냐는 겁니다. 친형 사건에 직접 나서기가 어려운 윤대진 검사장을 대신해 윤석열 전 총장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겠느냐, 이런 의혹입니다. 윤 전 총장은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하거나 지휘를 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 이렇게 부인합니다.
둘째, 봐주기를 넘어 윤 전 총장 자신도 골프와 향응을 제공받은 것 아니냐 하는 의혹입니다. <뉴스타파>에서 윤 전 총장도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윤우진씨 하고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하고 수시로 골프를 같이 치고 향응까지는 아니겠죠, 같이 밥을 먹고 만나고 이랬던 사람들이 쭉 등장을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검사 그리고 언론인들이었던 거죠. 그런데 그 안에 윤석열씨가 있었던 거고요.”(한상진 <뉴스타파> 기자, 2020년 3월27일 <KBS> ‘최강시사’)
윤 전 총장은 이와 관련해 2019년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윤우진 전 서장과 한두번 골프를 친 적은 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면서도 “2010년 중수2과장으로 간 이후에는 거의 골프를 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전으로 기억난다”고 말했는데요. 2012년 경찰 수사가 이뤄진 시점에는 골프를 같이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제가 1년에 한두번 윤씨를 만나 식사를 한 것은 맞지만, 고급 양주를 먹고 저녁 식사를 과하게 한 적은 없다”, 이런 말로 향응 의혹 또한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의 해명을 의심하게 하는 정황이 튀어나오기도 했는데요. 먼저 2020년 3월26일 <뉴스타파> 기사의 한 대목을 한 번 보실까요.
경찰 관계자는 윤 전 세무서장에게 뇌물을 준 육류수입업자 김씨의 다이어리에서 윤석열 총장의 이름이 나왔다고도 말했다.
(육류업자 김모씨의 다이어리에 윤석열 검사의 이름이 적혀 있나?)
“그건 다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윤석열 이름 석자가 적혀 있다는 건가?)
“네네. 수사과정에서 확보된 자료는 대략 2011년 10월부터 2012년 6월까지의 자료들이다. 뇌물제공자인 육류업자 김씨가 윤우진 전 서장을 알게 된 것이 2010년이다. (다이어리에 적혀 있는 건) 골프로 치면 2011년 가을시즌에서 2012년 여름시즌까지의 것들인 셈이다. 같은 기간에 육류업자 김모씨가 쓴 다이어리에 윤석열 검사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뉴스타파> '윤우진 뇌물 사건' 때 윤석열도 수사 대상...MB 민정수석실 외압, 경찰 수사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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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쓴 한상진 기자는 “윤석열씨가 본인이 윤우진씨와 골프를 쳤다고 했었던 시점 2010년 이전 시점과 전혀 동떨어진 시점에 육류 수입업자의 다이어리에서 자기 이름이 나왔다고 한다면 (…) 육류 수입업자와 윤석열씨는 모르는 사이였다는 윤석열 씨의 주장이 상당히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2020년 3월27일 <KBS> ‘최강시사’)이라고 지적합니다.
셋째, 윤 전 총장이 윤 서장에게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를 소개시켜줬다는 의혹입니다. 2019년 7월 윤 전 총장 인사청문회 때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집중 제기한 의혹입니다. 현직 검사가 형사 피의자에게 변호사를 소개하는 행위는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입니다. 당시 윤 전 총장은 청문회에서 처음엔 변호사 소개 사실을 부인합니다. 그러나 ‘내가 소개해줬다’는 자신의 말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자 “오해가 있었다.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는 등 위증과 말바꾸기 논란에 휩싸인 바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재수사…‘결과 따라 치명상’ 전망도
이처럼 윤 전 총장 관련 의혹이 3가지나 불거진 ‘윤우진 뇌물 수수 의혹’ 사건은 인사청문회 직후 주광덕 의원의 고발로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가 재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애초 검찰의 무혐의 처리 자체가 비상식적이었다는 점에서, 재수사를 통해 새로운 결론이 내려질 수 있을지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데요. 만약 무혐의 처리와 다른 결론이 나올 경우, 당시 검찰 내부의 비호와 무마 의혹까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윤 전 총장의 관여 의혹까지 수사 범위가 확대될 수 있고, 결과에 따라서는 윤 전 총장에게 치명상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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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윤석열 전 총장 본인에게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와 <부당거래> 같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 등 요지경 같은 현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 중 하나라도 윤 전 총장의 의혹이 확인되기라도 하면 ‘공정과 법치’를 내세우며 대선 도전을 선언한 윤 전 총장의 행보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을 텐데요. 과연 윤 전 총장의 ‘대선 가도’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요. 논썰에서 함께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금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기획·출연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PD azuri@hani.co.kr
도움 채반석 기자 chaib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