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전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한 내용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임 한달을 맞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리더십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취임 초기 ‘허니문’ 기간이 끝나자, ‘젊은 0선 대표’를 향한 당내 불만이 이번 논란을 계기로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양상이다.
이 대표는 13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전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를 해명하는 자리였다. 이 대표는 “소상공인 지원 확대를 송 대표와 합의했다”며 “‘(재난지원금 국민 80% 지급은) 선별 비용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전국민 지원으로 가자’고 해서 방식에 대한 문제라면 80%나 100% 지급이나 차이가 크지 않으니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대표와 ‘소상공인 지원 확대’에 합의했으며,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추경 예산 여력이 있을 시’라는 조건을 걸고 가능성만 열어뒀다는 취지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반대하던 당의 기조를 독단적으로 뒤집었다는 당 안팎의 비판을 의식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장 이 대표가 자신의 권한을 미숙하게 행사했다는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대선 도전을 선언한 윤희숙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대표의 사후적인 변명이 내세우는 것처럼 추경 액수를 늘렸냐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4년 내내 국민을 현혹시킨 ‘전국민 돈뿌리기 게임’에 동조한 것”이라며 “가장 날카로운 무기를 망가뜨린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우리 내부 ‘철학의 붕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대선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도 “국민을 표로 보니까 금액을 줄여서라도 전국민에게 지급하려고 하는 여당의 의도를 비판해야지, 야당도 동의했다며 숟가락을 얹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표는 동의해준 야당에는 오지 않는다”며 “송영길 대표가 국민의힘을 비웃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노련한 송 대표에게 당했다’는 취지였다.
국민의힘 안에선 지지율 급등, 당원 확장 등 그동안 ‘이준석 효과’에 묻혔던 불안정한 리더십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논란으로 불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이 대표가 촉발한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 논란도 경솔함의 사례로 소환됐다. 중진인 김태흠 의원은 “통일부·여가부 등 정부조직법 개정 사안을 언급해 논란을 일으키는 것도 옳지 않다. 그것은 차기 대선 후보의 몫”이라며 “아직도 정치평론가, 패널처럼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언급하면 당이 곤란해진다”고 지적했다. 조해진 의원도 “이준석 대표 취임 후 소소한 미스테이크(실수)들이 있었지만 대표로서 아직 적응 단계고, 잘하는 일도 많아서 관망했다. 이제 더 이상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여당 대표와 공개토론 하기 전에 당내 의원들과 먼저 토론해야 한다. 그 결론을 갖고 여당과 토론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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