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시비에스(CBS) 사옥을 방문해 ‘김현정의 뉴스쇼’ 방송 전 사진을 찍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4일 “원래로 되돌아가야 할 것 같다”며 ‘사이다 복귀’를 선언했다. 그간 민주당 ‘원팀’을 강조하며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반이재명 연대’의 포화가 집중되고 2위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바짝 추격해오자 공격 태세로 전환한 것이다.
이 지사는 이날 <시비에스>(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선) 본선에 대한 책임감이 컸다. 그런데 다 함께 갈 팀원들이 권투 하는 데서 발로 차니 오히려 제가 부상을 입는 상황이 온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내부 균열이 심각해지면 본선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참아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그런데 주먹으로 맞는 건 단련이 돼 있는데 갑자기 발로 (차더라)”라고도 했다.
그는 이낙연 전 대표 쪽이 자신의 ‘영남 역차별’과 ‘윤석열 가족 검증’ 관련 발언을 왜곡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부인에 대한 공격이 들어올까 봐 윤석열 가족을 방어한다’는 이 전 대표 쪽 공격에 대해 “황당무계한 주장”이라며 “본인의 주변을 먼저 돌아보셔야 한다”고 직격했다. 이 전 대표의 옵티머스 복합기 편의 제공과 전남지사 경선 당비 대납 의혹을 겨냥한 것이다. ‘옵티머스 때 측근이 금품수수에 연루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분을 말하는 거냐’는 질문에 이 지사는 “핵심 측근이고 (이 전 대표는) 그런 부분에 대해 먼저 소명을 해야 할 입장”이라며 “전남지사 때 가짜 당원을 만들어서 시정을 받은 분”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해 2~5월 옵티머스자산운용 관련 업체인 트러스트올로부터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실의 복합기 임대료 월 11만5000원을 지원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이 사건으로 고발된 측근 이아무개씨는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를 받은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씨는 2014년 이 전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전남지사 경선에 출마했을 때 당원 2만여명의 당비를 대납하고 선거인단을 모은 혐의로 기소돼 1년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최측근이었다.
이 지사는 “마치 본인은 깨끗한 사람이고 제가 엄청난 비리나 부정이 있어서 숨기려고 하는 것처럼 제 말까지 왜곡하니까 적극적으로 소명, 반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또 이 전 대표가 국정 경험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선 “높은 자리 많이 했다고 해서 유능한 사람은 아니다”라며 “‘대체 무슨 일을 했습니까’라고 앞으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태세 전환은 최근 이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세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전날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10~11일 전국 성인 유권자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전주보다 6.9%포인트가 오른 16.4%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또 같은 조사의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윤 전 총장과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경선 과정에서 분열·갈등을 만들면 안 되니까 ‘전략적 인내’를 가지고 조심스럽게 예비경선을 치렀다”면서도 “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격이 지나친 상황에서 상대 후보의 문제에 대해서도 대응을 해야 한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강원 춘천시 일자리센터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검증과 네거티브는 구분했으면 좋겠다. 일일이 다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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