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이준석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5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속전속결 입당’으로 범야권 대선 구도에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최 전 원장의 ‘선 입당, 후 대선 출마’ 결심이 유력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차별화’를 염두에 둔 것인데다, 그의 지지율 변화에 따라 야권 주자의 경쟁 판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 전 원장이 감사원장 사퇴 17일 만에 전격 입당을 결정한 것은 낮은 인지도와 지지율, 약한 조직력 등 자신의 약점을 줄이고 유력 주자가 없는 국민의힘 대선 구도를 장악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선택으로 보인다. 최 전 원장은 감사원장 시절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감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와 대립했고 두 아들을 입양한 일화 등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다른 주자들과 견줘 인지도가 턱없이 낮고 정치권에 마땅한 인연도 조직도 없는 게 약점이다. 후발 주자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당 밖 ‘제3지대’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입당’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입당식에서 그는 “입당은 결국 스스로 결단해야 할 문제였다”며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전 원장은 야권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과 대비되는 행보를 부각했다. 입당식 뒤 기자들이 ‘윤 전 총장을 염두에 둔 입당이냐’고 묻자 “지금까지 다른 분들의 어떤 행동이나 선택에 따라서 제 행보를 결정해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윤석열의 대체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대변인을 두지 않는 것은 전언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냐고 질문하자 “그런 의미도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의 ‘전언 정치’, ‘일방통행식 소통’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겠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은 범야권 대선 구도에 새판짜기가 가능해졌다며 그의 합류를 반기고 있다. 준대어급인 최 전 원장을 ‘1호 주자’로 영입하면서 대선 주자 다변화에 시동을 걸었고, 국민의힘 주도의 ‘반문재인 빅텐트 구상’에도 힘이 실리면서 윤 전 총장 등 당 바깥의 주자들을 압박하는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재선 의원은 <한겨레>에 “최 전 원장 같은 훌륭한 후보들이 당 안에서 경쟁하면 당 지지율 상승, 관심도 상승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은 물론 당내 기존 후보들도 압박을 느껴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세론’이 흔들리는 시점에 전격 입당한 최 전 원장이 제1야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지지율을 끌어올릴 경우 범야권 대선 구도는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정치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국민의힘 입당 시점으로 (지지율 상승에) 상당히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며 “윤 전 총장 ‘처가 리스크’에 대해 부담을 느끼던 야권 지지층 시선이 최 전 원장으로 이동한다면 최 전 원장이 야권 ‘투톱’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감사원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뚫고 대선 출마 명분을 쌓아야 하는 게 과제다. 헌법에 임기가 보장된 자리를 박차고 17일 만에 대선후보가 되겠다며 야당에 입당한 사례는 헌정 사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당내 주자들의 견제도 이겨내야 ‘불쏘시개’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야권 대선 국면이 역동적으로 바뀌고 당내 주자들이 긴장하면서 견제와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면서도 “초반 안보를 부각하는 메시지를 계속 내면 보수 유권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으나, 중도 확장엔 한계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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