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취소’ 물러선 이준석…최고위 회의선 날선 ‘네탓 공방’

25일 한차례 비전발표회로 대체
원내대표 절충안으로 갈등 봉합
선관위원장 놓고 재격돌 가능성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운데)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회의 비공개 전환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가 18일과 25일에 두차례 열기로 했던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를 한차례(25일)로 줄이고 형식도 ‘비전발표회’로 갈음하기로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한 일부 대선주자와 최고위원들의 반대에 이준석 대표가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17일 당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기존에 계획했던 18·25일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는 원내대표 중재안에 따라 25일 비전발표회로 대체됐다. 최고위원 전체가 동의했다”고 밝혔다. 비전발표회는 경준위가 주최하는 토론회에 윤 전 총장 등이 반발하는 등 이견이 나오자 김기현 원내대표가 절충안으로 제안한 방식이다. 경준위의 월권 논란으로 조기 출범 요구가 나왔던 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은 23일에서 26일로 늦췄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와 주요 당직자들은 1시간30분 동안 날 선 발언을 주고받으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한다. 참석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경준위의 경선 일정에 불만을 나타낸 일부 최고위원과 당직자를 향해 “정신차려야 한다. 경고한다”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에 배현진 최고위원은 “당이 시끄러운 것은 이 대표 잘못도 있다”며 “그러면 나도 똑같이 잘하라고 경고하겠다”고 응수했다고 한다. 서병수 경준위원장은 이 대표에게 “에스엔에스(SNS)라든가 인터뷰 너무 많이 하지 말고, 당내 후보들이 뭐라고 해도 대응치 말고, 대여투쟁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고 쓴소리를 했고, 경준위의 ‘월권’을 주장한 김재원 최고위원을 향해서는 “대체 무슨 월권이라고 하는 거냐”고 따졌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몇몇 최고위원들을 향해 “당신들이 캠프 대변인들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현 원내대표가 “얘기를 다 들었으니 수습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분위기를 진정시킨 뒤에야 실질적인 논의에 착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일단 지도부 내부의 파국은 피했지만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갈등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 대표가 자신과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금방 정리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대표는 이날 <국회방송> 인터뷰에서 “캠프와 갈등 상황이 묘사되고, 갈등에 대해서 언급하는 과정에서 곧 그런 상황이 정리될 거라고 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다만 앞으로 선관위원장 인선을 놓고 또 한차례 잡음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는 서병수 경준위원장을 선관위원장으로 ‘밀고’ 있지만, 최고위원들 사이에선 이번 사태가 서병수 경준위원장의 불공정성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많다. 한 최고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런 상황에서 서병수 의원이 선관위원장을 맡기는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선 대선후보 경선 일정도 추인됐다. 다음달 15일 1차 예비경선에서 후보 8명을 압축하고, 10월8일 2차 예비경선에서 4명의 후보자를 결정한다. 1차 예비경선은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0% 방식으로, 2차는 당원 투표(30%)와 여론조사(70%)를 혼합해 치러진다. 최종 후보는 11월5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당원 투표,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해 확정된다.

오연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