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발사 관련 뉴스를 TV로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29일 전날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화성-8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북이 ‘차세대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극초음속미사일 시험 발사 단계에 이르면서, 한반도 내 군비경쟁 격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군 당국은 “개발 초기 단계로 실전배치까지는 상당 기간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국방과학원은 “28일 오전 자강도 룡림군 도양리에서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첫)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29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또 “첫 시험발사”는 “목적했던 모든 기술적 지표들이 설계상 요구에 만족됐다”고 덧붙였다. 전날 북이 동쪽으로 쏘아올린 단거리미사일로 추정된 발사체가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는 점을 공표한 것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북한이 올 1월 열린 8차 당대회에서 이른 시일 내 개발을 ‘공언’한 첨단 무기체계 중 하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당시 “신형 탄도 로켓들에 적용할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를 비롯한 각종 탄두 개발 연구를 끝냈다”고 밝힌 바 있는데, 8개월 만에 시험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지난해 3월 낸 ‘극초음속무기’ 보고서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제 사용가능성이 낮은 핵무기를 대체할 국제안보질서의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 미사일은 마하 5(시속 6120㎞)가 넘을 정도로 속도가 빠르고, 저고도 비행을 하다 목표물로 가는 도중에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레이다와 방공망으로 탐지, 요격이 어렵다. 전 세계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 정도가 실전배치했거나 실전배치에 가까울 정도로 첨단 무기다. 북한이 이 무기를 개발해 실전배치하면, 미국이 막대한 돈을 투자해 구축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기지 미사일방어체계(MD)를 뚫을 수 있고, 유사시 태평양과 한반도 주변 미 항공모함 전단을 위협할 수 있다.
다만 군 당국은 북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주장에 대해 ‘큰 위협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현재 한·미연합자산으로 탐지 및 요격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탐지된 속도 등 제원을 평가해볼 때, 개발 초기 단계로 실전배치까지는 상당기간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 공개 보도 등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이 공개한 미사일은 극초음속미사일 특성에 도달하지 못한 초기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극초음속미사일은 속도가 음속의 5배인 마하 5(시속 6120㎞) 이상인데, 이번 북한 미사일 속도는 마하 3 (시속 3672㎞) 안팎이라 ‘극초음속’이 아닌 ‘초음속’이란 것이다. 군 관계자는 “한·미 정보 당국이 탐지된 북한 미사일의 비행거리, 고도, 속도 등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미국 개발 사례를 보면,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배치하기까지 20년 안팎의 긴 시간과 큰 돈이 필요하다. 미국이 지난해 장거리 극초음속 활공체 개발에 쓴 예산만 4억400만 달러(약 4742억원)이다. 남북이 본격적인 이 미사일 개발 경쟁에 나설 경우, 소모적 군비 경쟁이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전 배치까지 상당한 시일이 되더라도, 북이 이달 들어 잇따라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서고 신형무기 개발과 고도화에 나서는 것을 두고 우려가 나온다. 미국, 영국, 독일 등 국제사회는 “북한이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 따른 의무를 또다시 위반했다”며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규탄했다.
청와대는 즉각 대응을 자제한 채 ‘신중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한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이 발표한 미사일에 대한 규정을 종합적으로 한미 공조 하에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것이 끝나야 어떤 입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잇단 담화로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모멘텀을 이어가려고 상황 관리에 애쓰는 모습이다. 박 수석은 인터뷰에서 “북한의 행동에는 늘 중의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분석을 통해서 북한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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