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악화를 이유로 지난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낼 출연금을 대폭 줄인 엘에스(LS)전선이 실제로는 당기순이익이 급증해 ‘현금 배당 잔치’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5일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엘에스전선의 매출액은 2018년 4조1818억원에서 2019년 4조6천여억원, 지난해 4조8300여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140억원으로 전년(867억원)보다 31%가량 늘었고, 현금 배당금 총액 역시 지난해 128억원으로 2019년(93억여원) 대비 37% 늘어났다.
그러나 원전 안전 연구 등을 위해 2018년부터 매년 100억원을 원안위에 내기로 했던 엘에스전선이 2020년 낸 출연금은 20억원에 그쳤다. 엘에스전선 쪽은 ‘코로나19로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는 주장을 폈고, 이를 원안위가 받아들였다. 배당금 ‘현금 잔치’를 벌이면서도 원안위 납부액은 줄인 것이다.
원전 비리 사건은 2013년 엘에스전선의 자회사 제이에스(JS)전선을 비롯한 전선 납품업체들이 2008년부터 한국수력원자력에 납품하는 부품의 시험 성적서를 위조하고 뒷돈을 챙긴 사건이다. 엘에스전선은 원전 안전 연구 등을 위해 2018년부터 7년간 100억원씩, 마지막 2년은 150억원 등 모두 1천억원을 출연해 원전 안전과 관련된 연구·개발 활동에 쓰기로 했다. 엘에스전선은 앞서 2018년·2019년은 각각 100억원씩 출연하면서도 ‘재무상태 악화’ ‘경영 악화’ 등을 들며 납부에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조정식 의원은 “엘에스전선의 출연금은 단순한 기부금이 아니라 원전 비리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데, 이런 꼼수 납부 행태는 국민 우롱이며 모독”이라고 말했다. 엘에스전선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 증대로 원안위와 논의하여 조정된 것이며, 약속한 부분은 성실히 이행해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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