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 반대…여야, 26일 재논의

민주당 “기재부 반대는 참고사항일 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지난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내년부터 실시될 예정인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최소 1년 유예하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정부 반대에 부딪혔다. 하지만 조만간 여야 합의로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지난 24일 내년부터 실시될 예정인 가상자산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를 유예하는 방안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 등을 논의했지만, 기획재정부 쪽의 반대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회 기재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영진 의원실 관계자는 “기재부 쪽에서 반대 입장을 표명해서 한 번 더 논의를 해보자는 차원에서 합의가 보류된 것”이라며 “여야 의원들이 대부분 과세 유예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에 기재부의 반대는 참고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26일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암호화폐와 같은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서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연 25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20%의 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말 여야가 합의해 법제화하면서 내년 1월1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과세 체계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과세 시점을 유예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여야는 과세를 1년이나 2년 유예하는 방안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도 지지세가 취약한 2030 청년층에게 다가서기 위해 과세 유예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24일 민주당사에서 열린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도 과세 유예 법안 통과를 거듭 강조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지난달 펴낸 ‘글로벌 가상자산 과세 현황 및 국내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의 하루 평균 거래금액은 지난 4월 기준 22조원을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금액(24조원)과 비슷한 규모다. 보고서는 “가상자산의 소유 또는 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과세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미 확정된 과세 일정을 뒤집는 것은 ‘자산소득 과세 강화 원칙 훼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은 2014년부터 가상자산 거래이익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과세하고 있고, 일본도 2017년부터 가상자산 거래이익을 ‘잡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고 있다. 영국은 2018년부터 1만2300파운드(한화 1952만여원)를 초과하는 가상자산 거래 차익에 대해 소득세를 과세하고 있다.

이재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