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 뒤 20여일 만에 치러지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승리를 벼르고 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경기지사 선거는 여야의 대선주자급 후보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는 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자(45.62%)가 이재명 후보(45.62%)에게 5.32%포인트 차이로 패했고, 지자체장과 광역·기초 의원 등 선출 의원 정수가 622명으로 가장 많아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펼쳐야 한다.
국민의힘에선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본진’인 경기도에서 승리해 ‘여소야대’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의 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유승민 차출설’이 나온다. 당내 대선 경선에 나왔던 유 전 의원은 대표적인 개혁 보수 인사로 중도·진보층의 거부감이 덜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6일 김병욱·신원식 의원 등 측근 의원들과 한 오찬 자리에서 ‘당을 위해 경기도지사에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을 듣고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 전 의원은 17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대선 경선에서 지고 조용하게 지내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 출마를 결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면서도 “출마를 하든 안 하든 3월 말까지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 60일 전에 해당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유 전 의원은 현재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유 전 의원 외에도 이날 심재철 전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한 것을 비롯해,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과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 정병국·나경원·주광덕 전 의원 등이 경기도 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에선 지역위원장직을 사퇴한 조정식·안민석 의원과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그리고 이미 사의 뜻을 표명한 염태영 전 수원시장이 경기도지사 출마를 벼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안팎에선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를 한 데다, 참신함과 정책 기획력을 갖춘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를 경쟁력 있는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 대표가 경기지역에서 30년 넘게 거주하는 등 지역 연고가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김 대표 쪽에서도 경기지사 출마를 타진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새로운물결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주변에서도 (김 대표에게) 경기지사를 권유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오는 19일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당원들의 의사를 모은 뒤 늦어도 다음주 안에 입장을 밝힐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다만 그의 출마를 위해선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도 풀어야 할 문제다. 김 대표는 정치개혁을 위해 다당제를 강조해왔는데, 민주당이 당내 출마 의사를 밝힌 이들의 출마를 만류하고, 다른 당 후보인 김 대표를 지원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새로운물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창당한 지 얼마 안 된데다 김 대표도 다당제를 주장해온 만큼 가능하면 (당을) 유지하면서 (민주당과) 연대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김 대표가) 합당 가능성을 아예 닫진 않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