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준비가 시작된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7일 관계자들이 각 사무실에서 나온 보안문서 파쇄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1층 사무실에서는 공무원과 군인들이 짐 수레에 문서와 자료를 싣고 있었다. 이들은 수레를 국방부 청사 진입로에 주차된 ‘현장 파쇄 작업’ 트럭으로 줄지어 옮겼다. 이날 트럭에 실린 문서 파쇄기는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하루 종일 문서내용을 알아볼 수 없게 종이를 짧게 잘랐다.
이날 문서 파쇄 작업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따른 국방부 부서의 본격 이사를 앞둔 사전 준비 작업의 하나다. 이날 각 사무실에서는 버릴 문서라도 밖으로 알려져서는 안되는 문서는 파쇄 작업을 벌였다. 일부 사무실에서는 마대나 상자에 짐을 싸면서 사용 안하는 사무 집기를 복도에 내놓았다.
국방부는 이날 이사업체와 계약을 맺고 8일부터 본격적으로 이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지휘부, 그리고 지휘부서와 합참을 제외하고는 순차적으로 이사를 진행한다. 합참이나 국방부 지휘부는 (이달 28일 한미연합) 훈련 종료 후에 이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이전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운데 7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내부에 보안문서 파쇄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국방부청사 지하 3층 지상 10개층(사무공간 1~9층) 가운데 5~9층에 있는 전력자원관리실 등이 내일부터 순차적으로 사무실을 비울 예정이다. 청사 2~4층에 있는 장·차관실, 국방정책실 등은 오는 28일 한미연합훈련이 끝난 뒤 인근 합동참모본부 청사로 옮길 계획이다. 합동참모본부는 당분간 국방부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다 수도방위사령부가 있는 남태령으로 옮길 예정이다. 국방부는 이사에 4주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윤석열 당선자 취임 전인 5월 초에 마무리할 방침이다.
합참, 국방부 별관, 옛 방위사업청 건물로 흩어지게 된 국방부 직원들은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 국방부 근무자는 “지상 10층 짜리 현재 국방부 청사와 같은 규모의 건물이 당장 없으니 각 사무실이 뿔뿔이 흩어질 수 밖에 없는데, 부서간 업무 협의가 지금처럼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방부 일부 부서가 옮겨갈 용산 후암동 옛 방사청 건물은 원래 철거 대상이라 사무실로 사용하기엔 건물 상태가 부실한 것으로 알려져, 나빠진 근무 여건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부승찬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순수하게 예비비를 통해서 이전이 이루어진다”고 말해, 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예비비 외에 국방예산을 이사에 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예비비 360억4559만원 가운데 국방부 소관은 118억원으로, 이사비 30억원, 정보통신구축비 55억원, 시설보수비 33억원 등이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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