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을 마치고 당직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당사를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6·1 지방선거를 50여일 앞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조기 등판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 견제를 명분 삼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로 복귀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대선에 패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명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대선 패배 뒤 공개 활동이 없는 이 상임고문의 조기 등판설을 부채질하는 건, 현역 의원들이 지방선거에 출마하게 되면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도 함께 치러지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격전지’로 떠오른 경기·서울지역 선거에 현역 의원들이 출마하면, 이 상임고문이 이 빈 자리를 채울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상임고문의 핵심 측근인 김병욱 의원이 성남시장 후보로 차출되고, 김 의원의 지역구인 성남 분당을 재보궐 선거에 이 상임고문이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 대표적이다. 이 지역이 이 상임고문의 정치적 본진인데다, 지난 대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에게 승리했던 지역인 만큼 반드시 수성해야 한다는 게 명분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6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를 겨냥해 “이재명 후보가 수내동(분당을 지역)에 살고 있으니 나오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그 후보를 저격하기 위한 투수가 1명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상임고문의 측근들을 비롯한 민주당 내부의 여론은 ‘시기상조’란 얘기가 지배적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선 후보가 대선 뒤 바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려고 움직이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크게 보면 소탐대실처럼 보일 수 있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비대위원인 조응천 의원도 이날 <엠비시>(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상대방 장수에 대해서 너무 그렇게 쉽게 말씀하신 것 아닌가 싶다”며 “지금 전장에서 돌아와 갑옷 끈 풀고 있는데 다시 나가라는 것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계의 핵심 의원은 “일부에서 (이 상임고문을) 권력욕의 화신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 상임고문에 거기에 넘어가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안에선 이 상임고문이 이번 선거에서 직접 ‘선수’로 뛰기보다는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에 대한 지원 유세로 적극 역할을 한 뒤 이를 발판으로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직에 도전할 것이란 쪽에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이와 관련 <티비에스>(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고문이) 선대위에서 전면에 나서느냐, 아니면 좀 자유로운 상태에서 지원하느냐 등 여러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며 “유세는 당연히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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