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2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비위 의혹을 제기했던 강용석 변호사가 이 대표에게 자신을 복당시켜주면 의혹 제기 영상을 내리고, 관련 고소도 취하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이 대표가 9일 밝혔다. 이에 강 변호사 쪽이 이 대표와 친한 기자가 먼저 “지금이라도 빨리 영상을 내리라”고 했다고 반박하면서 강 변호사의 복당 불허 결정을 둘러싼 양쪽의 진실공방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강용석 변호사는 (복당) 안건 상정 전날 직접 저에게 전화통화를 해서 복당을 시켜주면 영상을 내리고 고소·고발을 취하하겠다는 제안을 하지 않았나”라며 “실제로 최고위원회 표결이 있기 전에 저에 대한 성비위 관련 영상 일체가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채널에서 내려갔다가 복당 부결이 확정되자 그 영상 일체가 다시 복구되는 일도 있었다. 저는 이러한 부적절한 거래제안에 응할 의사가 없고 공정하게 당무를 수행하기 위해 안건을 회의에 부쳤을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사적인 감정 때문에 이 대표가 복당을 부결시켰다는 강 변호사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이 대표는 또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는 강용석 변호사의 복당에 반대표결을 했다. 우리 당 소속의 의원에게 성폭행 의혹 제기를 했다가 무혐의로 종결된 것, 그리고 표결 전날 방송에서 여성의 속옷을 찢으며 희희낙락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우리당 소속의원들의 우려 섞인 연락이 온 것도 당연히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그래도 오히려 강용석 변호사와 제가 공유하는 과거의 경험 속에서 있었던 여러 추억이 긍정적인 사감으로 작용할 뻔도 했지만, 복당에 찬성할 정도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앞서 한 업체의 수사 기록에 이 대표의 이름과 룸살롱 이름이 함께 등장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 대표의 성비위 의혹을 제기했다. 가세연은 또 지난달 30일 방송에서 이 대표 쪽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도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의혹 제기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의견서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수사기관은 신속하게 절차에 따라 진실을 밝히면 된다”며 “그런데 이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 최근에 김철근 정무실장과 제보자라는 사람의 대화녹음을 편집해 증거인멸교사라는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고 한다. 김철근 정무실장은 변호인의 부탁으로 진실한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받으려고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강 변호사 쪽은 이 대표의 ‘복당거래 제안’ 폭로에 강하게 반박했다. 그와 함께 ‘가세연’을 운영하는 김세의 전 기자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준석 브로커 기자가 지난 6일 전화해 ‘이 대표가 내일 오전 최고위에 강 변호사 복당 안건을 올릴 것이다. 지금이라도 빨리 영상과 커뮤니티 글을 다 삭제하라’며 ‘강 변호사는 지금 바로 이 대표에게 전화해라. 지금 전화하면 이 대표가 전화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이 대표 쪽이 먼저 고소 취하를 조건으로 복당을 시켜주겠다고 제안했다는 취지다
또한 이 대표의 성비위 의혹을 제기했던 가세연의 영상이 잠시 삭제됐었다는 이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도 김 전 기자는 “최고위가 열렸던 7일 오전에 해당 기자로부터 ‘왜 아직도 이 대표 (의혹 제기) 동영상을 삭제하지 않았냐’라며 ‘최고위에서 강 변호사 안건 처리인데 복당 안 되고 싶냐’는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또 글을 올려 “저는 어느 기자나 어느 인물에게도 그런 요청을 한 바가 없다”고 재반박했다. 그러면서 “강 변호사는 이준석이 기자에게 전화해달라고 요청했다는 허위사실을 본인이 직접 이야기해달라. 다른 사람이 하지 말고”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이날 오전 페이스북 글에서 “(강 변호사의 복당 문제에) 사감이 작용했다면 안건을 회의에 부치지 않고 공천 마감 시점이 도래하기를 기다렸을 것”이라며 “저는 오히려 공천 면접일과 신청 마감일이 다가옴에 따라 서울시당에서 올라온 안건을 즉시 회의에 부쳤고 당헌·당규가 명시하는 대로 최고위원회의에서 즉각적인 표결처리를 했다. 해당 안건은 다수의 최고위원들 반대로 부결됐다. 당 대표의 의견이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여 저는 해당 안건에 대한 제 의견도 표시하지 않고 바로 표결에 들어갔다”면서 강 변호사의 ‘사감’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이 대표는 “최고위원 다수가 사감을 가졌다고 볼 근거는 없으므로 사감 논란은 말 그대로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비판했다.
강 변호사는 2010년 아나운서 비하 발언 등으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서 제명됐으며, 지난 4일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하며 국민의힘에 제명 12년 만에 복당을 신청했다. 강 변호사는 국민의힘의 복당 불허 결정에 대해 지난 7일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 나섰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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