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지방선거에서 부산 기초단체장(구청장·군수)을 석권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안에 떨고 있다. 4년 전의 정치지형과 거꾸로이기 때문이다.
17일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의 역대선거 결과를 보면, 2018년 지방선거에선 부산 16개 기초단체장(구청장 15명, 군수 1명) 가운데 서구, 수영구, 기장군을 뺀 13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1995년 기초단체장 선거가 부활하고 민주당 계열 후보가 한 명도 당선되지 못했는데 민주당이 당시 23년 만에 80% 이상을 쓸어담았다. 국민의힘 텃밭으로 여겨지는 곳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이변이었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선 4년 전 당선됐던 13명 가운데 11명이 다시 도전한다. 2명은 공직선거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임기 중 직을 잃었다. 민주당 부산시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는 최근 민주당 소속의 현직 구청장 10명을 6·1 지방선거 민주당 구청장 후보로 단수 추천했다. 이들은 민주당 부산시당 상무위원회와 중앙당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본선 후보로 최종 확정된다. 동래구청장 후보는 현 김우룡 동래구청장과 주순희 동래구의회 의장이 경선을 벌인다.
민주당 구청장 11명 가운데 10명은 재선을, 1명은 3선을 노리는데 누구도 당선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4년 전엔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차여서 여당 힘 실어주기 분위기에다 북미·남북정상회담 기대감 등에 전국적인 민주당 바람이 불었다. 이번엔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5월10일)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 힘을 실어주자는 분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치러진 대선에서 부산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득표율이 6대4 비율인 것도 민주당으로선 매우 부담스럽다.
구도도 불리하다. 4년 전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한 바른미래당 후보가 출마하면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과 바른미래당(현 민생당)으로 보수성향의 표가 분산됐지만 이번 선거에선 합당 예정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단일 후보를 낼 가능성이 크다.
재선에 도전하는 서은숙(55) 부산진구청장, 정명희(56) 북구청장, 정미영(55) 금정구청장은 지난 1월 <3인3색 허스토리-우리는 지금 앞으로 가고 있다> 공동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민주당 여성 구청장 3명은 본선에서 국민의힘·국민의당 도전자와 더 힘든 싸움을 해야 한다. 정미영 금정구청장은 강력한 경쟁자인 원정희 전 금정구청장이 불출마로 가닥을 잡아 한시름 놓았지만 금정구가 국민의힘 오랜 텃밭으로 꼽히는 곳이어서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정명희 북구청장은 2019년 문재인 대통령에게 기초단체의 복지비 분담액이 과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전국의 주목을 받기도 했으나 지난해 12월 북구의회가 이례적으로 행정사무감사 출석 요구에 불응한 혐의로 정 구청장에게 과태료 500만원을 의결하는 등 의회와 불편한 관계가 부담스럽다. 서은숙 부산진구청장은 3선 국회의원과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던 김영춘 부산진구갑 지역위원장이 최근 정계 은퇴를 선언해 든든한 우군이 사라진 상태여서 부산진구 국회의원 2명을 보유한 국민의힘 조직력에 고전이 예상된다.
노기태 강서구청장은 민주당 현역 구청장 11명 가운데 유일하게 3선에 도전한다. 그는 4년 전 기초단체장에 당선됐던 민주당 후보 13명 가운데 자유한국당 후보를 가장 큰 표차(17.4%)로 눌렀으나 이번 지방선거에선 야당 후보로 나서 여당(국민의힘)의 바람을 이겨내야 한다. 여·야로부터 행정능력을 높이 평가받는 홍순헌 해운대구청장도 국민의힘의 또 다른 텃밭 중의 텃밭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2석을 모두 거머쥔 국민의힘 조직망의 포위를 뚫어내야 한다.
민주당은 현역 구청장 11명의 수성을 희망하지만 과반도 지켜내기가 힘들다는 분위기다. 박재호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은 “지방선거는 지역일꾼을 뽑는 것이어서 4년동안 열심히 한 현직 구청장들이 불리한 정치지형을 극복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솔직히 현직 구청장 11명 가운데 과반은 힘들다고 본다. 3명만 당선돼도 성공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국민의힘은 2018년 이전의 정치지형으로 되돌리려고 한다. 나아가 1995년 지방선거 부활 뒤 27년 만에 싹쓸이를 노리고 있다. 여야 모두의 철벽으로 느껴졌던 무소속 오규석 기장군수가 3선 연임으로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점도 국민의힘 전석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