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 지방선거 서울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뒤 지지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결국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의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당 지도부의 설득에도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불출마를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한달 가까이 송 전 대표의 출마를 둘러싼 당내 찬반 논쟁이 가열되며 ‘혁신공천’, ‘새 인물 영입론’ 등이 제기됐지만, 결과적으로 상처와 갈등만 남긴 채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공지문을 내어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박 전 장관에게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참여를 요청하였으나 박 전 장관은 깊은 고심 끝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전날 민주당 비대위는 서울시장 후보 신청자 6명 가운데 3명을 공천 배제(컷오프)하고, 송 전 대표와 박 의원, 김 전 의원을 경선 대상자로 우선 선정하는 한편, 박 전 장관의 경선 참여를 설득했다. 하지만 박 전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어머니의 야윈 몸을 보니 끝내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며 어머니 간병을 이유로 출마가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갈 경쟁력 있는 새 인물 찾기에 실패하면서 ‘대선 패배 정당’의 현주소를 여지없이 드러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선 이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자체 평가에 빠져 줄곧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였다는 지적이다. 이달 초 서울지역 의원들이 송 전 대표 ‘차출론’에 집단으로 반대하며 새 인물 찾기에 나섰지만, 성과도 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송 전 대표 출마에 ‘명심’(이재명 상임고문의 의지)이 깔렸다는 이야기가 나도는가 하면, 다른 쪽에선 ‘이낙연 전 대표 차출론’을 꾸준히 띄우는 등 계파 갈등 양상이 나타났다. 송 전 대표와 박 의원 공천 배제를 결정한 전략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비대위가 하루 만에 뒤집는 등 난맥상이 노출되며 후보들에게 상처만 남겼다. 서울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책임정치 실종, 비전과 성찰 없음, 전략을 세워야 하는 당 지도부의 무능,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인물 부재 등 민주당이 가진 문제가 총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29일 서울시장 후보를 최종 결정한다. 25일 3자 티브이(TV) 토론회 뒤 26∼27일 안심번호 선거인단 투표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가상 대결 및 경쟁력 비교 방식의 국민 여론조사로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한다. 27일 저녁에 티브이 토론회를 한차례 더 한 뒤 28∼29일 결선투표로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
세 후보는 대선 패배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 해법을 제시하며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어 돌봄 사각지대 해결, 그린벨트 해제나 재건축·재개발 등을 통한 주택 공급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앞서 송 전 대표도 내곡동과 구룡마을 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과 자신의 주택정책 간판인 ‘누구나집’(집값의 10%를 먼저 내고 10년 거주 뒤 처음에 정한 집값으로 분양을 받을 수 있는 임대주택) 프로젝트 서울 도입을 제시한 바 있다. 김 전 의원도 재개발 활성화와 역세권 고층 주택 개발로 공급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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