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방문한 뒤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과 합의한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을 사흘 만에 사실상 파기하겠다고 나선 뒤 출구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합의를 번복함으로써, 성난 지지층을 우선 달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재협상을 요청하되 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시도하면 ‘거대 야당 독주 프레임’으로 맞설 계획이다.
합의 당사자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선거·공직자 범죄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재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박병석 국회의장실을 방문했다. 권 원내대표는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로부터 오해받은 선거·공직자 범죄에 대해 추가적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드렸고 의장님은 ‘여야 원내대표끼리 논의해봐라. 숙고하겠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점심 직후엔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을 찾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를 만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그는 취재진에게 “아니다”라며 자리를 떴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합의 뒤집기에 반발하며 ‘중재안 강행 처리’ 뜻을 밝혔지만, 국민의힘은 일단 민주당과 재협상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기자들에게 “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한다고 하면 우리가 힘이 있나”라며 “의장 중재안, 우리 당 자체적으로 준비한 법안, 민주당 안을 가지고 가장 합리적인 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에 반대한다는 ‘윤심’(윤석열 당선자의 의중)이 알려지자 국민의힘 지방선거 출마자들도 여야 합의안 비판에 동참했다. 경기지사 후보인 김은혜 의원은 페이스북에 “‘검수완박’이든, 반을 떨구는 ‘검수반박’이든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국가제도 변경엔 충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했고, 강원지사 후보인 김진태 전 의원은 “(중재안으로는) 명분도 실리도 다 챙기지 못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를 향한 당원들의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누리집 게시판에는 “어떤 중재안도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내용의 비판글이 수천개 올라왔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합의 뒤집기로 민주당과의 재협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한다고 해도 6·1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손해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한다면 우리 쪽은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 등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법안 처리를 막고 ‘졸속 처리’ 프레임을 부각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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