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의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투표 제안) 검토도 안 해봤다.”(27일 오후 4시15분)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없을지 국민투표에 부쳐보면 누구 주장이 더 옳았던 것인가에 대해 확인 가능하다.”(오후 5시13분~7시14분 국회 본회의 필리버스터 중)
“그냥 정치적 주장으로 그렇게 한 것.”(저녁 7시16분 필리버스터 마친 직후)
“고육지책, 아이디어 아닌가.” (필리버스터 종료된 28일 0시 이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검찰 수사-기소 분리 법안을 저지할 방안으로 장제원 대통령 비서실장이 제시한 국민투표에 대해 오락가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장 실장이 무리하게 던진 국민투표 제안에 동의하지도, 정리하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장제원 실장은 지난 27일 오후 3시30분 “검수완박 국민투표를 당선인께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투표 요건에도 맞지 않고 실효성도 없어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랐다. 27일 오후 4시15분, 국회의장실로 향하는 권성동 원내대표는 ‘장 실장이 국민투표를 제안한다는데 요건이 되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모르겠는데 처음 듣는 얘기다. 검토도 안 해봤다”고 일축했다. 장 실장의 국민투표 제안이 생뚱맞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이날 저녁 검찰청법 개정안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권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서서 “이런 입법이 국민에게 수용될 거냐,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거냐, 국민투표에 부치면 누구 주장이 더 옳았는지 확인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두 시간 만에 입장을 바꿔 장 실장의 국민투표 제안에 보조를 맞춘 셈이었다.
하지만 단상에서 내려온 권 원내대표의 발언은 또 바뀌었다. 권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국민투표 그 부분은 잘 모른다. (국민투표) 얘기를 들었는데 그냥 정치적 주장으로 그렇게 한 거죠”라고 말했다. 자정에 필리버스터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국민투표는) 인수위 당직자로부터 고육지책으로 나온 아이디어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워낙 더불어민주당이 국민 뜻과 반대로 배치되게 검수완박법을 밀어붙이니까 ‘그렇게 자신 있으면 국민투표에 부쳐서 국민의 뜻이 어딨는지 제대로 물어보자’라는 차원에서 나온 아이디어 아닌가”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권 법안 국민투표는 실현 불가능한 ‘정치적 아이디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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