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안 통과 후 형사소송법 개정법률안(대안)이 상정되자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를 위한 2개의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 통과에 이어 나머지 하나인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본회의에 상정됐으며, 국민의힘은 두번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섰다.
국회는 이날 오후 4시20분 본회의를 열고 검찰청법 개정안을 재적 의원 293명 중 177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72표, 반대 3표, 기권 2표로 가결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수사권 분리 속도전에 나선 더불어주당이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고 15일 만이다. 본회의장에 참석한 민주당, 정의당 의원들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항의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국민의당 이태규·최연숙,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3명이 반대했고,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기권했다.
본회의를 통과한 검찰청법 개정안은 법안 공포 4개월 뒤부터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 6가지 범죄 중에 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은 폐지하도록 했다. 또 내년 1월1일부터 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도 폐지된다. 다만 검찰의 경제, 부패 범죄 수사권은 유지된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검찰청법 개정안 표결 직후에는 민주당이 제출한 ‘396회 국회 회기 결정의 건’을 상정했고, 안건은 곧바로 가결됐다. 이로써 이번 임시회기는 이날 밤 12시 끝난다.
‘임시회 쪼개기’ 안건이 가결된 뒤에는 의원 2명의 의사진행 발언에 이어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됐다. 국민의힘은 형사소송법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나섰으나, 이날 밤 12시 임시회기 종료와 함께 필리버스터도 끝날 예정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새달 3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형사사송법 개정안에는 검찰의 별건 수사를 제한하기 위한 보완수사 가능 범위 규정이 담겼다. 개정안은 송치 사건에 대해 △검사가 경찰에 한 시정조처 요구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경우 △적법 절차 없이 체포·구속 정황이 있을 경우 △고소인의 이의 신청이 있을 경우 검찰이 ‘동일성을 해치치 않는 범위 내’에서 보완수사를 할 수 있게 한다.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5월3일로 예정된 국무회의에 상정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달 9일 퇴임하기 전까지 임시 국무회의를 한 번 더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장에 서로 다른 손팻말을 들고 참석했다. 민주당 의원들 손에는 ‘수사 기소 분리로 인권 보호’ 등 손팻말이 들려 있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말로만 검찰개혁, 실체는 이재명 지키기’ 등 손팻말을 들었다. 국민의힘 의원 수십명은 국회의장석 앞이나 자신의 자리에서 고성으로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지만, 표결 처리를 막지는 못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형사소송법 상정 전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단상에 올라 본회의 개의 전 의장실 앞에서 벌어진 국민의힘 의원들과 국회 관계자들 간 물리적 충돌에 항의하며 “저희가 ‘제발 멈추라’고 했는데도 (박 의장이) 당신의 그 앙증맞은 몸을 저희 의원 위로 밟고 지나가고 구둣발로 여성들을 걷어차며 국회의장석으로 올라갔다. 당신이 얘기하는 민주주의가 이런 것이냐”며 삿대질을 하기도 했다.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본회의에 앞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수사-기소권 분리로 국민의 인권을 제대로 보호하면서도 국가 수사 역량 강화하자는 우리 입장은 지극히 정당하다”며 “더 무거운 책임감으로 여야 합의사항을 끝내 지켜내서 권력기관 개혁을 완수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인의 장막 뒤에 숨지 말고 면담에 응해주시기를 바란다”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수혜자가 아닌 거부권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를 향해서도 “검수완박 악법의 중대한 절차적 하자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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