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협위원장은 철새 되어 떠나고…지휘관 잃은 국힘 후보들 ‘망연자실’

부산 북강서갑 박민식 전 의원, 보선 열리는 성남행
민주 “두 차례나 국회의원 만들어준 고향 등지나”

부산 북구청장 예비후보.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정명희, 국민의힘 조성호, 오태원, 손상용

16년 동안 한 지역구를 지켜온 당협위원장이 타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지역구를 뜨면서 지방선거를 준비해온 그 지역 구청장과 시·구의원 후보자들이 지휘관 잃은 낙오병 신세가 됐다. 당협위원장이었던 박민식 전 의원이 6·1 지방선거일에 함께 치러지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부산 북구·강서구 상황이다.

박 전 의원은 최근 김은혜 의원의 경기지사 도전으로 공석이 된 경기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에 공천을 신청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타 지역 국회의원 자리를 노리고 자신을 두차례나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친정 지역구를 버린 셈이다.

박 전 의원이 떠난 부산 북구강서구갑은 ‘낙동강 벨트’(부산 북·사상·사하구, 경남 양산·김해시)에서 거대 양당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전략 요충 가운데 한곳이다. 14대(1992년) 총선부터 19대(2012년) 총선까지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 후보가 잇따라 당선됐으나 20대(2016년)·21대(2020년) 총선에선 참여정부 청와대 제2부속실장을 지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선에 성공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정명희(56) 현 북구청장이 민주당 소속으로는 처음 당선됐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지난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선 섣불리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실제 부산 북구청장 선거는 지난 네차례 총선에서 2승씩 나눠 가진 박 전 의원과 전 의원의 자존심 대결로 불렸다. 하지만 구청장 선거와 광역·기초의원 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할 박 전 의원이 자리를 비우면서 선거전의 판세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북구청장 후보들의 동요가 크다. 일선 지휘관의 ‘유고 상태’에서 선거를 치러야 할 뿐 아니라, 박 전 의원의 갑작스러운 이탈이 지역구 민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의 부산 북구청장 후보는 오태원(62) 부산시 북구체육회 회장과 조성호(66) 전 부산시장 비서실장 양자 구도로 좁혀졌다. 경선에서 배제된 3선 부산시의원 출신 손상용(57) 예비후보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민식 전 의원이 의도적으로 저를 경선에 나가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본다.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민주당은 박 전 의원의 이탈을 고리 삼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1일 성명을 내어 “자신의 고향인 부산에서 두차례나 국회의원을 하고, 부산시장 선거에까지 나왔던 사람이 철새처럼 떠났다”고 비판했다.

김광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