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는 이각범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이끄는 취임사준비위원회에서 초안을 잡았지만, ‘반지성주의’ 등 핵심 표현은 윤 대통령이 직접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1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오늘 발표된 취임사의 초안은 윤 대통령이 직접 썼다”며 “대통령이 취임사 초안들을 받아보고 ‘내가 쓸게’하고 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여러 초안들의 영향을 받고, 그게 퇴적된 것은 맞지만 그걸 그대로 윤문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취임사에서 언급된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렸다”는 부분은 윤 당선자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반박할 때는 진실이나 증거에 기반해야 토론이 된다. 그런데 진영이 바뀌었다고 해서 하나의 사안에 대해 의견이나 관점이 바뀌거나 설명도 없이 그러는 게 옳지 않다고 (당선자가)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임사 초안은 16명의 취임사준비위원회 위원들이 준비해 왔다.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수석을 지낸 이각범 명예교수가 위원장을 맡았고, <동아일보> 논설실장 출신인 이재호 극동대 교수가 부위원장으로 참여해 실무작업을 총괄했다. 앞서 지난 3월 박주선 취임준비위원회 위원장은 취임사준비위원회 위원들을 소개하며 “당선인의 취임사에 반영할 정치, 외교·안보 및 북한 통일, 경제, 산업 및 과학기술과 교육, 사회노동복지, 문화예술, 그리고 청년과 여성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당선인의 비전과 정책 방향을 국민에게 제시할 전문가들을 선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취임사준비위는 지난달 25일 초안을 윤 당선자에게 보고했고, 윤 당선자는 지난 주말께 최종안을 완성했다. 마무리 과정에서 김동조 연설기록비서관이 깊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애초 초안은 30분 안팎의 분량이었으나 간결한 메시지를 원하는 윤 대통령의 뜻에 따라 16분 분량으로 축소됐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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