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민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간호사 처우 개선 등을 담은 간호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간호사 출신인 최연숙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다수당의 횡포”라고 반발하며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이날 오후 6시께 전체회의를 열어 간호법안을 표결 처리했다. 이날 상임위를 통과한 간호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김민석 민주당 의원과 서정숙·최연숙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을 일부 수정한 것이다. 법안에는 △간호사와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자격 인정 기준과 업무 범위 △간호사의 근무환경 개선과 장기근속 유도, 숙련 인력 확보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해야 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간호사가 적정한 노동 시간 확보와 일·가정 양립지원 및 근무환경과 처우의 개선 등을 요구할 권리 △정부가 간호사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교육할 의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관련 규정 △간호인력지원센터를 설립할 근거 등이 담겼다. 특히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환자의 간호 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했다.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간호법안은 간호에 관한 사항과 간호 인력의 양성수급 및 근무 환경 개선에 관한 사항을 독자적인 법률 체계로 제정해 간호 서비스의 질을 향상하고 국민 건강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간사인 강기윤 의원은 “직역 간의 이견을 조정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지난 9일 법안심사소위도 일방적으로 처리하고 전체회의도 일방적으로 처리하려고 한다”고 반발했고 법안 심사 도중 회의장을 나갔다.
간호법 제정은 간호사들의 숙원이었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의사와 한의사, 치과의사, 조산사 등과 함께 1951년 제정된 의료법에 규정돼 있는데, 이 법이 의료기관뿐 아니라 장기요양기관, 노인복지시설, 장애인시설 등으로 넓어진 간호사의 업무 영역을 담아내기에 낡은 틀이라는 게 간호사들의 주장이었다. 이들은 법률상 업무 범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피에이(PA·진료보조인력) 간호사들이 수술 과정에서 행해지는 각종 검사와 약물 투여, 수술 뒤 봉합 등의 업무들까지 떠맡아 불법적인 의료 행위를 하게 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간호협회는 전 세계 90개국이 독자적인 간호법을 가지고 있다며 간호법을 제정해 간호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간호 인력의 체계적인 교육과 수급을 통해 간호 서비스의 질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에서도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간호법안이 병원에만 묶여 있던 간호 업무를 지역 돌봄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강주성 간병시민연대 활동가는 “고령화 사회에서 중요성이 커지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는 방문간호나 장기요양 등 재가 서비스가 핵심”이라며 “간호법 제정으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로 연결되는 간호 돌봄 전달체계가 확립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주 의원은 법안 의결 뒤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수십 년 동안 손대기 어려웠던 의료법 체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법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간호법 제정안에 연일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협은 간호법안을 “간호사들의 직역 이기주의”로 규정하고 “간호법안은 의료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 악법”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난 15일 서울시의사회관에서 ‘간호법 규탄 전국 의사 대표자 궐기대회’를 열기도 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보조하여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간호법안 제12조 때문에 장기요양기관 등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조무사들이 간호사들에게 떠밀려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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