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무위 소속 우리당 의원 조사
국회 정무위원회에 속한 열린우리당 의원의 다수가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의 적용 기준을 현행 5조원에서 상향 조정하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 12명을 대상으로 공정거래법의 출총제 적용 기준을 완화할지를 물었더니, 절반이 넘는 7명이 적용 기준을 올리는 등 출총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4명은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1명은 유보적인 의견을 밝혔다.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부분 출총제 자체를 폐지하자는 쪽이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과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마련을 위한 당정협의를 열어 출총제 적용기준 완화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나, 대폭 완화로 결론이 내려질 경우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당정이 기업의 과거분식 행위에 대한 집단소송 적용을 2년 유예하기로 한 데 이어, 출총제마저 크게 완화하면 “재계의 압력에 밀려 경제개혁의 원칙이 흔들린다”는 비판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출총제 완화 여부는 여권의 ‘실용주의 행보’와 맞물려 주목을 받아온 문제였다. 특히 정세균 원내대표가 지난달 24일 취임 일성으로 “출총제 완화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히자, 이틀 뒤인 1월26일 노무현 대통령이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의 문제인 만큼 실질적인 내용을 갖고 검토해 나가는 게 좋겠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등 여권 내에서도 출총제 문제는 이견이 많았던 사안이었다. 전병헌 의원 등은 “출총제 완화가 실용주의의 내용일 수 없다”며 공개적인 반대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출총제 완화에 찬성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적용기준을 20조원까지로 높여야 한다는 재계의 주장과 달리, 대부분 1조~2조원 정도의 소폭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국내 계열사의 자산합계가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이라는 출총제 적용기준이 3년 전에 정해진 것이므로 그동안의 경제성장 규모를 감안해 이 정도는 올려도 된다는 논리다. 12명 중 7명 "1조~2조원쯤 올려도"
14일 당정협의…대폭 완화땐 논란클듯
그러나 지난해 말 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자산기준 5조원’을 전제로 각종 예외 규정과 졸업 규정을 둔 점을 감안하면, 하위규범인 시행령에서 적용기준을 높인다면 자칫 출총제 자체가 형해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 여당 내에서 이런 논의가 제기되는 것 자체가 정책기조의 변화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법 개정 당시 공정거래위는 “재계에서도 5조원이라는 적용기준에는 이의가 없다”고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 통과 당시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을 맡았던 전병헌 의원은 “법을 개정할 때는 아무런 얘기가 없다가 불과 2개월 뒤 시행령을 고치면서 적용 기준을 올리자는 것은 ‘조삼모사’로 비쳐질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크게 실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으로선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줄곧 출총제 완화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온 점도 부담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25일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때도 출총제 적용 기준을 현행대로 5조원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정부와 대통령은 원칙을 지키자고 주장하는데, 여당에서 ‘총대’를 둘러멘 셈이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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