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현충탑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당선자가 6·1 지방선거에서 극적인 역전승의 주인공이 됐다. ‘대선 연장전’에서 윤석열 정부의 거센 공세에 맞서 경기도를 지켜낸 값진 승리를 이끌어내면서 민주당의 대선주자로 발돋움할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김 당선자는 민주당 내부의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분위기에 일침을 가하며 적극적인 개혁 의지도 드러냈다.
김 당선자는 방송 3사 출구조사가 0.6%포인트 열세를 예측한 뒤 개표 내내 끌려갔지만 날이 밝아오며 맹렬한 추격에 나섰다. 표 차이는 점점 줄어들었고 2일 새벽 5시32분께 처음 역전에 성공한 뒤 오전 7시4분이 돼서야 당선이 확정됐다. 49.06% 대 48.91%. 0.15%포인트 차(8913표) 신승이었다. 당선 확정 뒤 캠프 사무실에 나온 김 당선자는 “오늘의 승리는 저 김동연 개인의 승리가 아니다”라며 “오로지 경기도와 경기도민의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경기 수원시 팔달구 현충탑을 찾아 헌화했고 이날 오후에는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가져온 윤 대통령의 축하난도 전달받았다.
1957년 충북 음성군에서 태어난 김 당선자는 고졸 출신 은행원으로 주경야독하며 경제부총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1살 때 아버지를 여읜 그는 서울 덕수상고를 졸업하기 전 한국신탁은행에 입사했지만 야간대학을 다니며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동시 합격했다. 1983년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해 기획예산처와 기획재정부 요직을 두루 거쳤고 문재인 정부 때는 첫 경제부총리로 발탁됐다. 지난해 10월 ‘새로운물결’을 창당해 대선 후보로 출마했고 대선 1주일 전 ‘정치교체’를 명분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했다.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에선 중진 의원들과 경쟁했지만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지원 덕에 손쉽게 본선에 직행할 수 있었다.
김 당선자는 ‘정치적 파트너’인 이재명 의원과 동반 출마해 모두 당선됐지만 이 의원은 패배 책임론에 휘청이는 반면, 김 당선자의 주가는 치솟고 있다. 이 의원이 ‘명분 없는 성급한 출마’라는 당 안팎의 반발에 부딪치고 본인 선거인 인천 계양을에 발목이 잡혀 전국선거를 지원하지 못한 만큼, 김 당선자의 역전승은 본인의 개인기로 이뤄낸 성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로 민주당엔 김동연이라는 히어로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수도권 전략 지역인 경기도에서 국민의힘의 세찬 공세에 맞서 방파제 역할을 해낸 그는 중량급 정치인이 희소해진 민주당에서 대선주자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처참한 지방선거 성적표를 받아든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쇄신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당 재건을 위한 김 당선자의 구원투수 역할도 주목된다. 그는 지난 3월 민주당과 합당 과정에서 당의 정치교체공동추진위원장도 맡았다. 경기 지역 민주당 의원은 “김 당선자가 성공적으로 도정을 이끈다면 경제부총리 출신, 충청 출신의 안정감 있는 차기 대선 주자로 발돋움할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당선자 본인도 정치교체를 위한 적극적 역할을 예고했다. 김 당선자는 당선 소감을 통해 “민주당에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민주당의 변화와 개혁의 씨앗으로도 제가 맡은 바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승리로 ‘졌지만 잘 싸웠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는 지적에 대해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 생각을 한다면 더 깊은 나락에 빠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당선자는 또 지방선거 패배 요인으로 “대선 패배 뒤 성찰의 부족”을 들었고 “민주당 내에서 성찰과 변화를 견인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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