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당선자가 지난 2일 당선 확정 뒤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축하 꽃다발을 들어 올리고 있다. 진보당 울산시당 제공
6·1 지방선거에서 진보당은 기초단체장을 포함한 21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며 정의당보다 더 강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진보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국에서 유일한 ‘진보 단체장’인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당선자를 포함해 광역의원 3명과 기초의원 17명(서울·경기·충북 각 1명, 울산 2명, 광주 6명, 전남 5명, 전북 1명) 등 21명을 배출했다. 4년 전 지방선거(옛 민중당 소속 기초의원 11명)보다 두배 가까이 늘었다.
진보당의 전신인 통합진보당은 ‘비례대표 후보 부정 경선 사건’과 ‘이석기 전 의원 내란 음모 사건’을 겪으며 2014년 해산당해 재기가 어려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후 민중당으로, 다시 진보당으로 간판을 바꿔 다는 동안 밑바닥에서부터 노동자·농민·지역사람들을 조직하는 데 집중해왔다. 학교 비정규직이나 대리운전 노동자 등 기존 노동운동이 대변하지 못한 사각지대의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파업 노동자들의 농성장을 지키며 연대해온 것이다. 김종훈 당선자를 배출한 울산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울산시의회에선 코로나19 기간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의 보험료를 지원하는 ‘울산시 고용보험료 지원조례’가 주민발의 조례로 통과됐다. 현장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과정에서 늘어난 비정규직 당원은 전체 당원 8만7천여명 가운데 3분의 2를 차지한다.
중앙의 정의당이 ‘노회찬·심상정’ 투톱에 의지해 당을 끌어오는 동안 지역에서 “누가 봐도 저 양반은 돼야 한다”는 ‘풀뿌리 인물론’을 가꿔온 것도 진보당 선전의 배경이다. 전남도의원에 재도전해 당선된 박형대(전남 장흥군)씨는 장흥에서 마을 이장을 지낸 농사꾼이다. 김재연 상임대표는 “통진당 해산 뒤 진보당이 대안 정치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증명하려면 지역 풀뿌리 조직에서 시작해 결과로 입증해야 했다”며 “도의원에 당선된 3명의 경우 지역에서 농민수당 조례에 앞장서온 농부일 뿐 아니라, 아이스팩 재사용 운동, 장날 어르신 버스 승하차 돕기 봉사 등 궂은일을 꾸준히 해온 이들”이라고 말했다.
‘지역 전략’도 유효했다. 진보당 당선자는 노동자 도시인 울산과 호남 지역에 몰려 있다.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호남은 민주당 세력에 반감이 있을 때 대안 세력에게 표를 주는데 20대 총선에선 안철수와 국민의당에 갔고 이번 선거에선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라는 의식이 강해 진보당에 표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보당의 약진은 2년 뒤 총선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 이도흠 교수는 “통진당 사태 등에 성찰과 평가를 해야 한다. 그렇게 레드콤플렉스를 정면 돌파하고 ‘약자의 삶이 달라지게 만들 수 있는 게 진보정당’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면 전환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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