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등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입성 후 공개 활동과 발언을 자제하는 신중 모드에 들어갔다. 전매특허인 ‘사이다’ 화법도 자취를 감췄다. 6·1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의 표적이 된 데 이어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놓고도 당 안팎의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자세를 바짝 낮춘 모양새다.
14일로 국회 등원 일주일을 맞은 이 의원은 잠행 중이다.
지난 일주일 사이 열린 두차례 의원총회는 물론 당내 행사나 의원 모임 등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글의 빈도는 줄었고,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오는 23일부터 1박 2일 동안 민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워크숍 참석 여부도 불투명하다.
주제와 분야를 막론하고 거침없는 화법을 구사하며 뚜렷한 존재감을 남겼던 ‘사이다 이재명’의 면모를 찾아볼 수 없게 된 셈이다. 같은 기간 국회에 등원한 안철수 의원이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광폭 행보를 보이는 것과도 대비된다.
이 의원의 이 같은 행보는 당 안팎에서 거센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에 부담을 느낀 결과로 보인다. 책임론에 맞대응하며 갈등을 키우기보다는 숨 고르기를 통한 수습에 방점을 둔 셈이다. 실제 이 의원은 친문재인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전당대회 불출마 요구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이 등원 첫날 국회 앞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의 화환을 가리키며 “마음만 감사히 받고, 화환은 정중히 사양한다”고 말하거나,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에 자제를 요청한 것을 두고도 당내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의원의 잠행은 당권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이 의원은 최근 별도의 공개 일정 없이 물밑에서 당내 인사들을 두루 만나며 앞날에 대한 조언 등을 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 쪽 관계자는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라 들을 때”라며 “선거 이후 우리 진영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의견이 나와야 할 시기라서 많은 말씀을 듣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당분간 많은 분들을 만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도 등원 첫날인 지난 7일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에 대해 “국민들과 당원 여러분, 지지자 여러분의 의견을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열심히 듣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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