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정부가 출범 한 달을 넘어서고 6·1 지방선거도 국민의힘의 승리로 귀결되면서 여당 내부에서 서서히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2024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기 위해 내년 6월 전당대회 당권까지 바라보는 당권 주자들의 전략적 합종연횡 행보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16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당내에서 최근 가장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인물은 권성동 원내대표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권 원내대표는 우선 안철수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추천한 정점식 의원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내비치면서 최근 이준석 대표와 행보를 같이 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이) 11명이 되면 당헌·당규에서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돼 있어서 안 대표와 대화해서 1명으로 양해해줄 수 있는지 요청하고자 만나서 대화하자고 전화드렸다”며 “(안 의원이) 둘 다 임명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현행 정수가 9명인 당 최고위원을 안 의원 요청대로 11명으로 늘리려면 당헌·당규 개정과 당 전국위원회 개최 등 절차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는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도 “안 대표께서 두 사람을 추천했는데 한 분은 국민의당 사람이고 한 분은 국민의힘 사람이다. 국민의힘 사람을 굳이 추천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 안 의원에게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만 추천하고, 국민의힘 사람인 정점식 의원에 대해서는 추천을 철회해달라는 얘기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접견한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안 대표와 통화해서 한 명만 추가로 받는 게 어떻겠느냐 요청했는데, 안 대표는 국민의당 대표 시절 요청한 사안이고 지금은 국민의당이 해체해서 본인이 결정할 권한이 없다면서 2명의 최고위원 임명 그대로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알았다고 하고 그 상황에 대해 이준석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국회 예결위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한 안철수 의원이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애초 당내 기반이 약한 안철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선배인 정점식 의원을 최고위원에 추천한 걸 두고 당 안팎에서는 안 의원이 국민의힘 내부에 교두보를 만들고 당과 대통령실 사이에서 가교 구실을 하면서 ‘친윤석열계’(친윤) 의원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세 확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이준석 대표는 지난 15일 “화합을 위해서 (추천)한다고 하고 재고의 가치가 없다는 건 일방 입장을 강행하겠다고 하는데 모순된 입장인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정점식 의원은 ‘고발 사주’ 의혹에 깊숙이 개입했던 의원 아니냐”는 말도 했다. 정 의원 쪽은 야당 시절이던 지난 2020년 당시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초안을 당에 전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안철수 의원 쪽 관계자는 “2명의 최고위원 추천은 양당의 합의로 합당 조건에 명문화된 것이어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합당을 하고 나서도 당내에서 접점과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는 분들을 추천한 것인데 너무 계파적으로 확대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권 원내대표의 이런 행보는 차기 당권 경쟁자인 안 의원을 경계하는 동시에 차기 당권을 노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또 다른 의원은 “당헌 당규상 대표 임기가 끝나기 6개월 전에 대표가 그만두면 남은 임기만 채우는 대표를 뽑게 되어 있어서, 공천권을 가진 대표가 되려면 최소 내년 1월 이후에 전당대회가 열려야 한다”며 “게다가 원내대표 임기가 내년 4월이기 때문에 권 원내대표가 당 대표에 출마하려면 이준석 대표가 임기를 끝마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또 다른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과 이철규 의원 등이 추진했던 ‘민들레’(민심 들어 볼래) 모임을 두고 계파 논란이 일자 “당내에 이런 식으로 단순한 공부모임 이상으로 비칠 수 있는 모임은 자제하고 지양하는 게 맞다”고 말하며 제동을 걸었다. 국회 부의장인 정진석 의원과 이준석 대표가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충돌한 지난 7일에는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을 거론하며 이준석 대표가 임기를 채워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 대표”라며 “당 대표의 임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못하다”고 말하며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는 16일 와이티엔 라디오에서 ‘권 원내대표는 이준석 대표, 안철수 의원은 장제원 의원과 연대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질문에 “특정인과의 연대가 아니라 다 연대를 하는 사람”이라며 “정말 기발하게 사실과 다른 해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일축했다.
반면 당직을 맡은 권 원내대표와 달리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장직을 거치면서 ‘윤석열 정부의 실세’로 꼽혀온 장제원 의원은 ‘민들레’ 모임 불참 선언 등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드러내놓고 세를 불리거나 당 대표 경쟁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은 처지다. 이 때문에 안철수 의원이나 또 다른 친윤 의원들을 앞세워 당권 경쟁을 하면서 영향력을 유지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장 의원에게 권 원내대표는 만만치 않은 상대이기 때문에 다른 의원들과 함께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차기 당 대표 선거는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대폭 떨어지지 않는 이상 ‘윤심’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윤심을 얻기 위해 서로 이익을 주고받는 담합이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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