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2 국회 산·학·정 의료기기 심포지엄 ‘의료기기산업의 미래와 정책’ 토론회를 마치고 세미나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징계를 심의한다. 윤리위가 가장 낮은 단계의 징계를 의결해도 이 대표의 리더십이 큰 타격을 입게 돼 있어 당 안팎의 눈길이 쏠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불교방송>(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성 상납 증거인멸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는) 그 입장 그대로”라고 밝혔다. 성 상납 의혹 자체는 사실무근이며,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이 접대 의혹 관련자로 알려진 장아무개 이사를 만나 투자유치 각서를 쓴 것은 이 일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윤리위 개최 당일 성 상납 의혹의 장소로 지목된 대전 유성구의 한 호텔 폐회로티브이(CCTV) 화면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그런 것이 있으면 다 공개하라”고 말했다. 윤리위 전체회의를 하루 앞두고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국민의힘 당규의 윤리위 규정 21조를 보면, 징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등의 단계로 구분돼 있다. 가장 높은 수위인 ‘제명’은 윤리위 의결 뒤 당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 다음 단계인 ‘탈당 권유’는 징계 대상자가 권유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탈당 신고서를 내지 않으면 윤리위가 제명 처분을 할 수 있다. 다만 이때도 최고위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현재 당 최고위는 이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원장 등 당연직 3명과 조수진·배현진·정미경·김용태·윤영석 최고위원 등 8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이 대표에게 우호적인 최고위원은 3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차기 당권을 노리는 권 원내대표도 지금의 이 대표 체제가 흔들리는 걸 원치 않아서 최고위 다수가 대표 쪽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헌·당규상 대표가 궐위되면 원내대표가 직을 승계하는데, 대표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았다면 잔여 임기만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더 낮은 단계인 ‘당원권 정지’ 결정이 나오는 것이 더 치명적일 수 있다. 당원권 정지는 1개월 이상 3년 이하의 기간을 정해서 이뤄지는데, 이 기간 당원으로서의 모든 권한이 중지돼 윤리위의 의결만으로 대표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가장 낮은 단계인 ‘경고’ 처분이 나와도 리더십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20일 ‘성희롱 발언’을 한 최강욱 의원에게 ‘당원자격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린 점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윤리위가 징계를 의결하는 건 무리수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 때문에 윤리위가 22일 바로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 대표는 윤리위를 하루 앞둔 21일 밤 페이스북에 “결국 그에게도 포에니 전쟁보다 어려운 게 원로원 내의 정치싸움이었던 것 아니었나”며 “망치와 모루도 전장에서나 쓰이는 것이지 안에 들어오면 뒤에서 찌르고 머리채 잡는 거 아니겠나”라는 글을 올렸다. ‘포에니 전쟁’에서 한니발이 이끄는 카르타고를 꺾은 로마의 영웅 스키피오가 내부 정적들로 인해 원로원에서 물러난 일을 자신의 처지에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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