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 ‘혁신24 새로운미래’의 첫 강연에서 ‘시대의 과제, 사회통합과 정치 선진화’를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혁신24 새로운미래’를 주도한 김기현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공동취재사진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국민의힘 의원들 앞에서 “자체 역량보다는 반사적 이익으로 승리한 여당도 국민의 감동을 주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하며 “현행 대통령중심제를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 등으로 개편하는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대의 과제, 사회통합과 정치선진화’를 주제로 강연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강연은 김기현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주도해 만든 공부모임 ‘혁신24 새로운 미래’가 공식 출범하며 주관한 것으로, 공부모임 회원 38명과 비회원 8명 등 모두 46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했다.
김 전 총리는 우선 대립과 갈등 위주로 흐르고 있는 여야 관계에 대해 쓴소리부터 했다. 그는 “편 가르기, 무능과 위선적 행태로 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은 야당은 지금도 반성이나 성찰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자체 역량보다는 반사적 이익으로 승리한 여당도 국민의 감동을 주는 새로운 모습을 보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은 대선과 지선의 승리에 도취되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오산”이라며 “저는 지금까지도 국민의힘이나 그 전신으로부터 감동을 받은 기억이 없다. 오히려 낙담하고 절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최근 광주 5·18 행사에 의원, 각료가 함께 참석한 경우가 유일한 작은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으로 전락한 지난 대선을 돌아보며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위한 권력구조 개편을 호소했다. 그는 “지난번 대선 과정에서 인간의 추악한 면은 완전히 드러나고 나라는 반쪽으로 갈렸다”며 권력구조 개편과 합리적 선거제도, 민주적 정당제도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비아냥을 받는 현행 대통령중심제를 바꿔야 한다”며 “이원집정부제 또는 의원내각제 등 다양한 권력구조 개편 논의, 즉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정을 통한 협치가 이뤄지는 독일을 참고 모델로 제시했다. 독일이 1949년 서독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예외 없이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데, 이는 선거 제도상 1개 정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전 총리는 “심지어 제1, 제2당이자 우파와 좌파를 대표하는 기민·기사당과 사민당이 연정을 하는 이른바 대연정도 4차례나 이뤄졌다”며 “우리도 승자독식을 가능케 하는 선거제도를 개선해 의석수가 정당득표비율에 어느 정도 비례하도록 해 사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역대 독일 총리들의 리더십에 대해 설명하며 빌리 브란트 전 총리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브란트는 과거를 묻어두거나 역사로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의 미래에 초점을 맞추어 통합을 주장한 정치가였다”며 “김대중 대통령은 브란트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마지막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의원님들이 당을 가리지 않고 광범한 소통을 하시기 바란다”며 “정의당 등 소수당을 배려하는 노력을 하시라”라고 당부했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여야 협치와 제왕적 권력 분산 등에 대해서 정치 지도자들이 개인이나 당에 매몰되지 말고 먼일을 내다보면서 정치를 해야 한다고 하신 부분에 많이 공감했다”며 “저 역시 의원내각제를 선호하고, 분권형 대통령제 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어서 개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지만, 복합적 경제 위기 등으로 인해 국민들이 지금 시기의 개헌에 대해 공감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류성걸 의원은 “김 전 총리께서 평소에 관심 가지고 계셨던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내어 말씀하신 거니 저희가 그 내용을 듣고 판단하고 토론도 하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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