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백범 김구 선생 제73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5일 밤 페이스북에 흰머리 세 가닥 사진을 올리고, “흰머리 세 가닥. 동시에 세 가닥 처음 뽑아 본다”라고 적었다. 이 대표가 당내 친윤석열계(친윤계)의 공격과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관련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의(7월7일) 등으로 인한 극도의 스트레스를 표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26일 서울 용산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백범 김구 선생 제73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흰머리가) 1개씩만 났는데 3개가 나서 특이해서 올렸다. 스트레스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에 대한 친윤계의 견제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윤리위 징계와 혁신위 등을 둘러싼 최고위원회 내부의 갈등을 두고 친윤계 핵심 장제원 의원은 지난 23일 <매일경제>에 “이게 대통령을 도와주는 정당이냐. 앞으로 1년이 얼마나 엄중한데 이런 식으로 당이 뭐 하는 것인가”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 대표는 곧바로 “이제 다음주 내내 간장 한 사발 할 거 같다”며 안철수 의원과 장 의원 간 연대설을 의미하는 ‘간장’을 거론하며 반격했다.
이 대표는 최근 ‘악수 뿌리치기’ 등 배현진 최고위원과는 공개적으로 충돌하면서 지도부 내 갈등이 고조됐다. ‘친윤계’와 관계를 좁히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쪽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겨냥해 “(성접대 제공 의혹을 받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던진 미끼를 안 물었길 진심으로 기원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이 대표가 6·1 지방선거 직후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을 놓고도 친윤계 중진인 정진석 의원은 “자기 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 대표를 비판했다.
친윤계의 공격 속에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밀착해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통령실도 이 대표와 거리를 두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이 대표가 지난 20일 윤 대통령과 만나려고 했는데 윤 대통령 쪽에서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 쪽에서 ‘만나려는 이유가 뭐냐, 만나야 될 중요한 사항이 있냐’고 묻자 이 대표 쪽에서 ‘그렇지 않다’고 해서 취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일은 이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다룰 첫 윤리위(22일)가 열리기 이틀 전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특정 현안도 없는데 윤 대통령을 만나려고 했다는 건 자신의 윤리위 소집 얘기를 하려던 것 아니겠나”라며 “당에 가까운 의원이 많지 않은 이 대표가 윤리위 문제로 예민한 감정이 표출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내 입지가 취약한 이 대표가 ‘윤심’에 기대려 했다는 해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뜻은) 당내 문제는 당에서 알아서 하라는 것”이라며 “지금 한가하게 당내 정쟁이나 이런 거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상시적인 소통과 최근 당내 현안과는 전혀 무관한데 그것을 엮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과하다”면서 윤 대통령과의 회동 여부와 윤리위 문제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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