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대 대선에 참여한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투표일 3주 전 이미 지지 후보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선이 정권교체 여부에 따른 양자 대결로 압축되면서 진영에 따른 콘크리트 지지 성향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펴낸 ‘20대 대선에 대한 유권자의식조사’ 보고서를 보면, 올해 대선일(3월9일)로부터 3주 전에 지지 후보를 결정했다는 유권자는 56.1%로 19대 대선(48.3%) 때보다 7.8%포인트 높았다. 반면 투표일 1주(4~7일) 전에 결정했다는 응답은 9.2%, 투표일 1~3일 전 결정했다는 응답은 5.3%였다. 5년 전 대선 때의 응답은 각각 12.8%와 8.1%였다. 윤석열(국민의힘)·안철수(국민의당) 후보가 대선을 6일 앞두고 단일화에 합의했는데, 그 이전에 지지 후보를 결정한 유권자들이 훨씬 많았던 셈이다.
지지 후보 결정 시기는 연령별로 차이를 보였다. 투표일 3주 전 결정했다는 답은 50대(59.6%)와 60대(71.8%), 70대 이상(71.6%)에서 높았지만 20대 이하(30.8%)에선 상대적으로 낮았다. 반대로 ‘투표 당일에 후보를 결정했다’는 20대 이하 유권자는 11.6%로 전체 응답(5.5%)보다 2배 이상 많았다. 20대 유권자가 올해 대선에서 뚜렷한 정치 성향을 보이지 않고 막판까지 ‘스윙보터’ 역할을 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 조사는 중앙선관위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올해 2월 7~8일, 2월 27~28일, 3월 10~30일 3차에 걸쳐 각각 1500여명씩 설문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5%포인트)다. 장덕현 한국갤럽 연구위원은 “좀 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이번 선거 유권자들이 과거에 견줘 양극화한 경향이 분명히 있다”며 “연령대별 차이도 고령층으로 갈수록 정치적 태도가 명확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선 뒤에 실시된 3차 조사에서 ‘이번 선거가 깨끗하게 치러졌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37.9%에 그쳐 5년 전 대선(71.2%)의 절반 수준이었다. 깨끗하게 치러지지 않았다고 보는 이유로는 ‘정당·후보자의 상호비방·흑색선전’을 꼽은 이들이 56.8%였다. 막판까지 네거티브로 일관한 선거에 따른 ‘비호감’ 여론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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