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승수 의원 주최로 열린 한국문화예술법학회 하계학술대회 ‘신정부 출범에 따른 문화예술법 정책에 대한 과제와 전망’ 참석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로 이준석 대표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당내에서는 차기 당권의 향배를 놓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공백을 메우고 당의 전열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친윤석열계 중심으로 당을 재편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당헌 26조를 보면, 당대표가 임기를 6개월 이상 남기고 궐위되거나 선출해야 할 사유가 발생하면 궐위된 날로부터 60일 안에 임시전당대회를 열어 당대표를 선출하게 돼 있다. 내년 6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던 이 대표는 당원권 정지가 풀리는 6개월 뒤에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며 “대표직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 대표가 사퇴를 하지 않는다면 ‘권성동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가 유지된다. 권 대행은 8일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 당원권 정지 6개월 동안 직무대행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직무대행 체제를 어느 정도 유지할 거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 대표 징계에 따른 당의 혼란을 본인이 주도적으로 수습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직무대행 체제 6개월’은 내년 초 당원권 정지가 풀리는 이 대표의 복귀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또 다른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김황식 전 국무총리, 김기현 의원(앞줄 오른쪽부터) 지난달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내 공부 모임인 ‘혁신24 새로운 미래’ 김 전 총리 강연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대표가 결사항전 태세를 접고 대표직에서 사퇴하게 되면, 임시 전대를 통해 잔여 임기 당대표를 선출하게 된다. 최근 ‘혁신24 새로운 미래’ 공부모임을 출범시킨 김기현 의원이 이런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임시전대를 통해 잔여 임기 대표를 맡은 뒤, 내년 6월 전당대회에서 대표 재선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인 장제원 의원과 연대설이 나오는 안철수 의원도 출마해 김 의원을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도 오는 12일 당정 연계 모임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를 띄우며 세력화를 준비 중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지난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당헌·당규를 이참에 개정해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2년짜리 새 대표를 뽑는 방안도 거론된다. 올해 임시 전당대회, 내년 정기 전당대회 등 연이은 당내 경선이 여당의 리더십 불안정성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안정적으로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제원 의원이 안철수 의원을 앞세워 당권을 장악하고, 본인은 사무총장을 맡아 2024년 총선 공천권 행사를 구상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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