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훈 대통령실 행정관이 자유의새벽당 대표 시절 당 누리집에 올라온 사진. 자유의새벽당 누리집 갈무리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문자 유출 사태’에서 이름이 노출된 강기훈 대통령실 행정관이 과거 여러 차례 극우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실 참모나 직원의 극단적 정치 성향이 드러난 것은 “조선 여성 절반은 성 노리개”라고 주장한 뉴라이트 출신 김성회 전 종교다문화비서관, 극우 유튜버 안아무개 전 행정요원에 이어 세번째다.
강 행정관은 2019년 7월 ‘대한민국을 다시 한 번 위대하게’를 간판구호로 한 청년우파 정당 자유의새벽당을 창당했다. 간판구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외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자유의새벽'이라는 당 이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서전 <국가와 혁명과 나>에서 차용했다.
자유의새벽당 대표였던 그는 당 누리집에 여러차례 극우, 반공 발언을 올렸다. 지난해 3월2일 대표 명의로 올린 글에서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공산주의에 의해 사라질 갈림길에 놓인 중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월에는 “‘우한 폐렴’으로 자유대한민국의 생명과 경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중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20년 11월23일에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건설해주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조선일보> 기사를 공유하며 “청와대에 간첩이 있다는 설이 진실에 가까워진다”고 했다.
당 안팎에선 우려가 나왔다.
천하람 당 혁신위원은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자유의새벽당은 비합리적인 극우 정당이다. 강 행정관이 선거 과정에서 권 대행에게 여성가족부 폐지나 장병 월급 200만원, 멸콩(멸공) 챌린지 등을 적극적으로 조언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대한민국 대통령실이 극우 유튜버의 일자리가 되고 있는데 너무나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동성애를 정신병이라고 하고 위안부 피해자 피해보상금을 ‘밀린 화대’라고 비하한 김성회 종교다문화 비서관이 사퇴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욕설 시위를 해온 동생과 함께 유튜버 활동을 한 안아무개 행정요원도 논란 끝에 이달 초 사표를 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부 극우적 발언을 했다고 그 사람을 극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대통령실이 한 사람의 생각에 좌우된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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