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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법원 “국힘, 없는 비상상황 만들었다”…권성동 ‘자충수’ 지적

등록 2022-08-26 13:58수정 2022-08-26 23:35

서울남부지법, 이준석 신청 ‘비대위 전환 무효’ 받아들여
“권 원내대표가 당 대표 겸하는 등 비상상황 아니었다”
헌법·정당법·당헌 등 정당민주주의 모두 위배해 무효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6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6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결정한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결은 헌법과 정당법, 국민의힘 당헌을 모두 위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비대위로 전환할 만한 비상상황이 없었는데도 당 대표 등 지도부 교체를 위해 일부러 “비상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9일 출범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는 18일 만에 정지됐다. 의원 연찬회에서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논의했던 국민의힘은 예상치 못한 법원 결정에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황정수)는 26일 오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사건에서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집행을 정지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할 경우 이 전 대표는 당원권 정지가 끝난 뒤에도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된다.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가처분 인용 이유를 밝혔다. 당원권 6개월 정지 상태인 이 전 대표는 일단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당 대표 직함은 되찾게 됐다.

재판부는 국민의힘 당헌에 따라 ‘비상상황’이 발생해야만 비대위를 설치할 수 있는데,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국민의힘은 비대위로 전환해야 할 만큼 비상상황에 있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권성동 원내대표 등 이 전 대표 쪽과 갈등을 빚던 쪽에서 썼던 여러 무리수와 편법이 자충수가 됐다.

재판부는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비상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기 위해서는 ‘당 대표 궐위 또는 최고위원회의 기능 상실에 준하는 경우’가 발생해야 한다. 그러나 ‘당 대표 6개월간 사고’는 직무수행이 6개월간 정지되는 것에 불과해 ‘궐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으로 당 대표 직무를 수행하는 등 당 의사결정에 지장이 없었으므로 ‘궐위에 준하는 상황’이라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 직무대행까지 직접 맡으며 당권을 장악한 뒤 △최고위 소집 △당헌 개정안 공고 △비대위원장 임명 등을 했는데, 법원은 이를 근거로 “당 의사결정에 아무런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왼쪽 둘째)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및 비대위원장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기일인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왼쪽 둘째)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및 비대위원장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기일인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재판부는 또 비상상황 발생 전제인 최고위원회 기능 상실에 대해서도 “사퇴서를 제출해야 비로소 사퇴 효력이 발생한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의할 때 비상상황을 선언했던 상임전국위 의결 당시까지 정원의 과반인 5명이 남아있어 최고위 기능을 상실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배현진·윤영석 최고위원이 정치적으로 사퇴 선언을 했을 뿐 공식적으로 사퇴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으므로 여전히 최고위원 지위를 갖고 있다”고 했는데 자충수가 된 셈이다.

재판부는 이를 종합해 “설령 당 대표 6개월간 사고와 최고위 정원 과반수 이상 사퇴의사 표명이 비상상황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권 원내대표가 당 대표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전국위에서 최고위원 선출로 최고위 기능 회복이 가능했다. 비대위 설치가 필요한 상황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법부가 집권여당 비대위를 정지시키는 초유의 상황에 대해 ‘정당민주주의 원칙’을 들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정당의 자율성 원칙에 따라 정당 내부 의사결정은 최대한 존중돼야 하지만, 그렇더라도 당원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정당민주주의 원칙과 민주적 내부질서를 해하는 경우까지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상 비대위 설치는 당원 총의를 추정할 수 있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 사이 합의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이 사건에서는 당 대표와 일부 최고위원이 비대위 설치를 반대했는데도 전국위 의결 등을 통해 당원들이 선출한 대표와 위원의 지위와 권한을 상실시켰다”고 했다.

재판부는 최종적으로 “비상상황이 발생했다기 보다는 일부 최고위원들이 당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체제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정당 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 당원 총의를 모으도록 한 정당법에 위반된다”며 국민의힘 전국위가 비대위 전환을 의결한 것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한편 법원 판단이 예상보다 일찍 나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장차관 등 내각을 대거 이끌고 참석했던 1박2일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 일정과 겹치게 됐다. 앞서 법원은 “신중한 사건 검토를 위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18일) “다음 주 이후에 결정이 날 예정”(23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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