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제기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 앞이 취재진들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법원이 26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면서 앞으로 국민의힘 지도체제가 어떻게 재편될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27일 오후 4시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향후 지도체제 등 수습방안을 논의한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우선 권 원내대표가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을 대신해 직무대행을 맡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당헌에선 당 대표가 ‘사고’로 공석이 됐을 때 원내대표가 직무를 대행한다고 규정돼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가 당을 대표하던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해 비대위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장은 26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처분 결정은 비대위원장 직무집행만 정지한 것”이라며 “비상상황이라는 것이 법원 본안 판결에 의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는 비대위 발족 자체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국회 비대위원장실에서 열린 법률자문 관련 회동 뒤 “비대위원장 직무는 정지하되 비대위가 구성된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게 다수의 해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 쪽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전 대표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오늘 법원 인용 결정문의 핵심은 ‘비상상황이 아니므로 비대위 설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대위 자체가 무효”라고 말했다. 법원이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를 정지하면서 비대위 전환의 위법성을 인정했기 때문에 비대위의 존재를 인정하고 권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으로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는 건 법원의 결정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이 전 대표 변호인단은 “사퇴하지 않은 최고위원으로 최고위를 구성해야 하며, 사퇴한 최고위원은 당헌 제27조 제3항에 의해 선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민의힘 비대위는 존재 자체가 무효이므로, 현재 사퇴하지 않은 최고위원(당연직인 권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원장, 그리고 이 전 대표의 측근인 김용태 전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최고위원회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헌에서는 전국위에서 최고위원을 추가로 선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권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이 전 대표를 대신해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았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메시지(“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 노출 사건 등으로 리더십에 위기를 맞았다. 당장 친윤석열계 의원들이 권성동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새롭게 선출되는 원내대표가 당을 이끌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의 직무대행 체제는 내년 1월 당원권 정지가 풀리는 이 전 대표의 ‘대표직 복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그림은 친윤계 쪽에서 희망하는 시나리오가 아니기 때문에 권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모두 ‘공석’이 되는 비상상황임을 내세워 다시 비대위 전환을 통한 조기 전당대회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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