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한 가운데, 당내에서는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나왔다.
조경태 의원은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 지도부는 그 실력이 다 드러났다. 이준석 대표에 대한 처리 방식이 세련되지 못했고, 지난 비대위 전환의 기본 발상에 사익이 앞섰다”며 “책임정치의 시작은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전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하며, 권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사태 수습 뒤 의원총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한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조 의원은 “공개되지 않아야 할 문자(‘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가 원내대표의 실수로 공개돼 심각한 후폭풍을 일으켰다”며 “절차적 정당성도 갖추지 않고 출범시킨 비대위, 그에 다른 법원의 가처분 인용, 대통령께서 금주령을 내린 행사에서 원내대표의 음주,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행동 맞느냐”며 “이대로 가면 파국은 예정돼 있다”고도 했다.
이달 초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내린 이후 권 원내대표가 이를 ‘사고’로 해석하고 직무대행 체제를 통해 당을 운영하려 했다가, 문자 노출로 비대위 체제 전환을 야기하고 이후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당이 혼돈에 빠진 상황을 나열하며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것이다.
조 의원은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권성동 체제에서의 모든 행위는 정당성을 상실했다”며 “원내대표가 여러 가지 상황에서 큰 논란 중심에 있기에 이 분이 물러나게 하는 것이 우선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비대위 구성을 어떻게 할 건지는 차후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윤상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제 의총에서 네가지를 결정했으나 제가 보기에는 정치와 민주주의, 당과 대통령 등 네가지를 죽인 결정”이라며 “권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것이 정치와 민주주의, 당과 대통령을 살리는 길”이라고 밝혔다.
김태호 의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권 원내대표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사태 수습의 첫 단추”라며 “오기를 부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렇게 해서 법원 결정은 피해갈 수 있어도 민심은 피해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과 항고 절차를 진행 △당헌·당규를 정비한 뒤 새로운 비대위원회 구성 결의 △개고기, 양두구육, 신군부 발언 등으로 당원들에게 모멸감 준 이 전 대표의 언행을 강력 경고하면서 당 윤리위원회에 추가 징계를 촉구 △권성동 원내대표 거취는 사태 수습 뒤 의원총회에서 재논의 등을 결의했다. 이날 의총에서 권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촉구한 의원은 에둘러 발언한 사람까지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는 “수습하고 나면 나도 내려놓을 용의가 있다”며 “수습하고 나서 의견을 묻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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