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30일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삼아 추석 전에 새 비대위 구성을 강행하기로 재확인했다. 하지만 의총 결정이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 직무를 정지한 법원 판결 취지를 정면으로 무시한데다, 이준석 전 대표가 낸 비대위 효력 정지 추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작지 않아, 당내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4시간 동안 의총을 열어 “선출직 최고위원 가운데 4명 이상이 사퇴하면 비상상황으로 보고 비대위 체제로 간다는 당헌 개정안을 박수로 추인했다”고 박형수 원내대변인이 말했다. 조수진, 배현진, 윤영석, 정미경 전 최고위원 등 4명이 사퇴한 현 상황을 비상상황이라고 맞춰 규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권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삼아 △당헌·당규를 개정한 뒤 △추석(9월10일) 전 새 비대위를 꾸릴 예정이다. 이는 지난 27일 의총 결정을 그대로 재확인한 것이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당 중진을 중심으로 새 비대위 구성이 법원 결정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권 원내대표 사퇴론이 제기됐지만 당 주류인 친윤계의 비대위 강행을 뒤집지 못했다.
안철수 의원은 의총 뒤 “법원 판단과 반대로 비대위를 하면 법원과 싸운다는 인상을 줘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며 “(의총에서) 표결을 하지 않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도 “법원 결정 취지는 비대위 자체가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취지다. 다시 당헌·당규를 개정해서 새 비대위를 구성한다는 건 편법·탈법 꼼수고 민심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경태 의원도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권성동 직무대행이 즉각 물러나는 것이 국민과 당원들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 사퇴론은 성일종 의원이 권 원내대표 조건부 사퇴 발언을 하며 수그러들었다고 한다. 한 초선 의원은 <한겨레> 통화에서 “성일종 의원이 ‘권 원내대표가 새 비대위 출범 작업을 마무리하고 추석 전에 물러나겠다고 했다’고 발언한 뒤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윤석열 대통령 측근인 이용 의원도 27일 의총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용산(윤심)이 분위기를 바꿨다”고 전했다. 의총 도중 알려진 지난 28일 권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 회동 소식도 ‘윤심’이 ‘현 체제로 수습’에 있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윤 대통령은 29일 “우리 당 의원들과 당원들이 중지를 모아 내린 결론이면 존중하는 것이 맞는다”며 새 비대위 구성에 동조했다.
의총 뒤 초·재선 의원들은 각각 회의를 열어 “다선이든 중진 의원이든 의총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개별 의견을 자꾸 이야기하는 것은 당 분열을 일으킬 수 있어 심각한 유감을 표시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서병수 전국위원회 의장이 소집을 거부한 상임전국위도 그대로 소집하기로 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당헌에는 상임전국위 4분의 1 이상의 위원이 소집을 요구하면 의장이 소집한다고 돼 있다”며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날 “같은 실수를 두 번 해선 안 된다”고 전국위를 소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서 의장은 이날도 <한겨레> 통화에서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그런데 (상임전국위원) 4분의 1 이상이 소집을 요구하면 열도록 돼있다. 내일 입장 표명을 하겠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하지만 법원 결정 취지와 배치되는 비대위 재구성 방침은 당 안에서조차 무모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전날 “무효인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의 직무대행도 무효이고, 비대위도 무효”라는 내용의 비대위 활동 중단 가처분 신청을 냈다. 9월14일로 예정된 심문기일에서 법원이 다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국민의힘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안철수 의원은 의총 뒤 “새 비대위가 출범하더라도 가처분이 인용되면 그것이야말로 수습하기 더 어려워진다”며 “새 비대위를 만드는 것 자체가 법원에 (당의) 운명을 맡기는 것으로 굉장히 불확실하고, 위험이 많다”고 말했다. 조경태 의원도 “결정을 박수로 추인한 게 어이가 없다. (이 상황이) 정말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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