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모습.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국무조정실이 문재인 정부 임기 말에 임명된 기관장들이 있는 국책연구기관들에 대해 일제히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현재 해당 기관들을 대상으로 감사원이 사전감사를 진행하고 있어, 전 정권 인사를 찍어내기 위한 ‘중복 감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6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과 국토연구원, 산업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산하 연구기관 9곳에 대해 추석 연휴 이틀 뒤인 14일까지 감사를 위한 자료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감사 대상에 오른 기관의 장들은 모두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인 지난해 1월부터 11월 사이에 임명됐다. 이들 중 문미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은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2017년)을 지냈고, 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과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을 지내는 등 전 정부에 참여하기도 했다.
게다가 국무조정실이 이번에 감사를 예고한 기관 9곳 중 건축공간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국제정책대학원대학교를 제외한 7곳은 이미 지난 2일부터 감사원의 사전감사를 받고 있어 중복감사 논란 소지가 있다. 특히 감사원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국토연구원에 대해 한차례 기관을 방문해 자료를 요청한 데 이어, 오는 13일 재차 방문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상태다.
감사 대상이 된 한 기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감사원, 국무조정실 감사에 국회 국정감사까지 겹쳐 3중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악의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을 찍어내기 위해 무리한 중복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취지다.
국무조정실은 이런 비판에 대해 “(이번 감사는) 국민권익위원회와 함께 진행하는 채용실태 감사일 뿐”이라며 “현재 재임 중인 (27개) 산하 기관장 대부분이 전 정권 인사들이라, 찍어내기 감사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매년 권익위와 함께 산하 국책연구기관 채용실태 감사를 하는데 권익위가 감사 대상으로 지정한 ‘필수기관’ 7곳에, 국무조정실 정기감사 대상이지만 필수기관엔 포함되지 않은 2곳을 더해 감사를 실시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감사원의 국민권익위원회 감사 연장을 둘러싼 ‘표적 감사’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주간에 걸친 전방위적 감사 과정에서 당초 목표로 했던 위원장의 별다른 위법사유가 확인되지 않자 직원에 대한 별건 감사를 이유로 감사 기간을 연장한 것”이라며 “신상털기식 불법감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감사원은 전 위원장의 기자회견 직후, 표적 감사 의혹을 부인하며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등 주무부처인데도 핵심 보직자를 비롯한 다양한 구성원으로부터 해당 법을 위반하여 권익위의 주요기능을 훼손하였다는 복수의 제보가 있었다”고 밝혔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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