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지난 8월8일 오후 서울 강남역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국민의힘 의원의 한 참모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해당 의원실이 방대한 분량의 사건 관련 자료를 경찰에 요청한 것으로 14일 드러났다. 경찰의 사건 처리 방식에 불만을 품은 보좌진이 국회의 권력을 개인의 교통사고 처리에 이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소속 ㅊ의원의 선임비서관인 ㄱ씨는 지난달 30일 새벽 3시께 택시를 탔다가 경인고속도로 신월아이시(IC)를 지나 부천 방향으로 가는 길에서 트럭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택시가 반파된 큰 사고로, 당시 ㄱ씨는 폐출혈, 갈비뼈 골절 등 크게 다쳤다고 한다. 이후 ㄱ씨가 소속된 의원실에서는 사고 파악에 필요한 자료를 사건을 처리했던 인천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에 요구했다.
의원실의 ㄴ보좌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처음에 택시와 트럭의 블랙박스들을 요구하니 답변서를 통해 ‘파손으로 회수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허위답변이었다. 나중에 택시와 트럭 블랙박스를 경찰로부터 다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찰이 현장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묻지 않고 사건을 종결해버리는 등 사건을 은폐하고 부실하게 처리하려고 해서 관련 자료를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실이 경찰에 요청한 자료는 모두 41건인데, 이 중 사건과 직접 관련된 자료는 ‘(블랙박스 제출과 관련해) 허위 자료를 제출한 사유와 조치 계획’, ‘현장에서 두 가해자 차량의 블랙박스를 즉시 회수하지 않은 사유와 관련 조치 계획’, ‘근거리 종합병원에 수송하여 인명구호를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피해자를 방치한 사유와 관련 조치 계획’ 등 모두 18건이다. 교통사고 처리와 관련된 보좌진의 의문 해소를 위해 국회의 ‘자료요구권’을 남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의원실에서 요구한 자료에는 ‘2017~2022.9 연도별 물품 출납 및 관리 대장 사본 일체’, ‘2017~2022.9 연도 및 각목별 관서운영비 편성 및 집행 내역’, ‘2017~2022.9 분기별 순찰계획서 일체’ 등 사고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들도 다수 포함됐다. 의원실이 경찰의 사고처리 방식에 불만을 가지고 ‘갑질’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ㄴ보좌관은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 직원의 사건도 경찰이 이렇게 은폐하는데 일반 국민한텐 얼마나 더 하겠나. 제2, 제3의 사건을 막기 위한 정당한 의정활동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해당 의원은 경찰을 소관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은 아니다. 이에 대해 ㄴ보좌관은 “국회의원은 모든 사안에 대해 조사하고 감사할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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