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역사가 소의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제공
가축들의 집단 감염병 등에 대응하며 가축 방역 최전선에서 일하는 방역사의 정규직 비율이 4.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로부터 제출받아 9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해 9월1일 기준 가축 방역사 1234명 가운데 정규직은 54명(4.4%)에 불과했다. 특히 이 정규직도 일반행정과 사업 및 경영관리 직군에 종사하는 이들이었고, 축산 농가 현장 일선에서 방역 업무를 담당하는 방역직 449명과 위생직 388명은 전원 무기계약직 신분이었다.
가축 방역사들의 주된 업무는 구제역이나 조류 인플루엔자(AI) 등 국가재난형 가축 전염병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시료 채취와 농장 예찰이다. 전국 가축 농가의 정보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작업도 한다. 하지만 대규모 전염병이 발생하면 병에 걸린 가축과 함께 주변의 멀쩡한 가축까지 함께 살처분(가축매몰)하는 일을 맡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살아있는 가축을 생매장하거나 살처분한 가축 사체를 분쇄한 뒤 고온·고압으로 멸균 처리하고 미생물과 함께 발효시켜 퇴비로 활용하는 렌더링 작업 등을 하기 때문에
작업을 마친 뒤 각종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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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가축 방역사는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무려 124명이 퇴직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방역직 464명 가운데 35명(7.5%)이 퇴직하기도 했다. 고용노동통계의 상용 노동자 이직률(2.2%)의 3.4배 수준이다. 특히 방역직 퇴직자 수는 2017년 10명, 2018년 19명, 2019년과 2020년 각각 21명, 2021년 35명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사고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모두 116건의 사고가 발생했는데, 역시 현장에서 일하는 방역직이 80건(69%), 위생직이 22건(19%)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산업재해 신청 및 승인 건수는 22건에 그쳤다.
이처럼 열악한 처우로 인해 직무 스트레스는 지난해 51.5점에서 올해 54.1점으로 급증했다. 직무 스트레스 원인으로는 불안정한 고용상황(64점), 직장 내 환경 지원 부족(59.8점) 등이 꼽혔다. 신정훈 의원은 “열악한 현장 여건과 고질적인 인력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며 “축산 방역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며 각종 전염병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농가와 가축을 보호하는 이들이 자부심을 갖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