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9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 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이 최근 실시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7주 연속 선두를 달렸다는 내용이 담긴 기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해 눈길을 끌고 있다. 유 전 의원이 차기 당권 도전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 전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헤럴드경제> 기사를 공유하며 기사의 일부 내용을 인용했다. 인용한 내용은 “유 전 의원이 전통 보수 지지층이 밀집해 있는 대구-경북(TK) 거주 응답자 사이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보수 성향 응답자들 사이에서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건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일각에선 유 전 의원의 선전이 역선택으로 보기만은 어려운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라는 부분이다.
해당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업체인 넥스트위크리서치가 <케이비시(KBC)광주 방송>과 <유피아이(UPI)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4~5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로, 국민의힘 당 대표 적합도에서 유 전 의원이 29.7%의 지지를 얻어 나경원 전 의원(12.2%), 이준석 전 대표(12.1%), 안철수 의원(9.8%), 김기현 의원(4.9%) 등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전 의원은 같은 기관의 8월 3주차 조사 이후 7주 연속 선두였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한겨레21>
김소희 칼럼니스트의 칼럼 ‘이 꼴 저 꼴 다 보기 싫을 때, 유승민’을 갈무리한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 칼럼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묻지 마 지지’를 받고 있는 유 전 의원에게 “사람들과 더 섞이고 부대끼는 게 세력화의 충분조건은 아니라도 필요조건임은 분명하다. 그의 책 제목에 담긴 ‘야수의 본능’까지 꺼낼 필요 없다. ‘사람의 상식’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뭘 망설이나, 유승민”이라고 당권 출마를 권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최근 윤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 때 “막말보다 더 나쁜 게 거짓말입니다. 신뢰를 잃어버리면 뭘 해도 통하지 않습니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조롱의 대상이 될 뿐”이라고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비판하는 등 비윤(비윤석열)계의 선봉장 역할을 맡아왔다.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징계를 강행한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에 대한 비판에도 앞장서면서
지난 2일에는 페이스북에 “양두구육이 징계 사유라면, ‘이 xx들, x팔린다’는 막말을 한 윤석열 당원은 왜 징계하지 않느냐”라고 적기도 했다.
이 때문에 유 전 의원이 내년 1~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권 주자들도 유 전 의원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의원은 9일 <엠비엔>(MBN)과의 인터뷰에서 유 전 의원의 당권 출마를 두고 “힘들 거라고 보고 있다”며 “지난번에 경기지사 경선 때 50:50 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졌다. 그러다 보니 당에서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지방선거 때 경기도지사 당내 경선에서 당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와 일반여론조사를 50 대 50 비율로 했는데도 경선에서 패배한 유 전 의원이 당원 조사와 일반여론조사 비율이 70 대 30인 전당대회에서 승리하긴 쉽지 않을 거라는 주장이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지난 7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론조사에 (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이 많이 들어가 있다. 역선택 방지 조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유 전 의원의 부상이 심상치 않다는 견해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최근 <한겨레>와 만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너무 낮으니까 유 전 의원이 최근 반윤(반윤석열) 선봉장으로서 부상하고 있는데, 그게 허수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유 전 의원의 지지율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 걸 보면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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