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가 8부능선을 넘기면서 여야가 과격한 언사만 남은 설전을 넘어 정책 대결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로 경고등이 켜진 플랫폼시장 규제를 비롯해 양곡관리법 개정, 여야가 한목소리로 약속한 납품단가연동제 법제화에 이르기까지 민생과 직결된 입법을 둘러싸고 전선이 펼쳐진 모양새다.
정부·여당은 18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처리를 예고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5% 넘게 떨어지면 정부가 초과생산 쌀을 의무 매입(시장격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회 뒤 브리핑을 열어 민주당 법안에 대해 “쌀의 공급과잉 구조를 더 심화하고 재정 부담을 가중한다”고 반대하면서, 전략작물 직불금을 지원해 쌀 생산량을 조절하는 방안을 내놨다. 반면 양곡관리법 처리를 공언해온 민주당은 19일 열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을 강행하겠단 입장이어서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쌀값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 공이 민주당으로 다 갈까봐 정부·여당이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을 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희서 정의당 대변인도 “쌀의 과잉생산 걱정보다 농민들의 노동에 대한 합당한 대우와 식량주권 수호가 더 중요하다”며 여당을 압박했다.
농해수위 여당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의 단독 처리를 최대한 막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야당이 다수인 농해수위를 통과하더라도, 국민의힘이 위원장(김도읍 의원)을 맡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또 한 차례 마찰이 예상된다.
납품대금에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는 납품단가연동제 법제화의 경우 여야가 모두 당론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관건은 ‘디테일’이다. 여야가 대선 공통공약 이행을 위해 꾸린 국회 민생경제안정특위에서 논의를 이어왔지만 이달 25일 활동시한을 앞두고도 연동대상과 제재 방식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걸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의지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중소기업 단체 관계자들과 연 간담회에서 “말로는 하겠다는데 실제로 결과가 안 나오는 게 정치 불신의 원인”이라며 “(여권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안하면 (야당이) 강행처리할 수도 있겠다 하면 정신이 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만 여야는 25일까지 남은 시간 최대한 간사 간 협의를 이어간단 계획이다.
카카오 먹통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입법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17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이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에 포함되는 사업자에 네이버·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도 포함시키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18일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도 같은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여당은 19일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를 놓고 당정협의을 연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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