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경기지사 경선에 출마한 유승민 전 의원을 지지자들이 응원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유승민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저울질하자 그를 견제하는 당내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최근 당대표 적합도 1위를 기록한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당대표 출마 뜻을 다져가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7~19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0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새 당대표 적합도에서 유승민 전 의원은 26%로 1위를 차지했고,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각각 10%였다. 보수층에선 유 전 의원과 나 부위원장이 각각 16%, 안 의원이 15%로 박빙이었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나 부위원장 23%, 안 의원 15%, 유 전 의원 11% 차례였다. 지난 10일 발표된 대구·경북 유권자 1608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영남일보><케이비에스대구>-에이스리서치)에서도 유 전 의원은 23.5%로 1위였고 나 부위원장(15.9%), 안 의원(15.8%), 주호영 원내대표(13.6%) 차례였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만을 놓고 보면, 나 부위원장(23%), 주 원내대표 (19%), 안 의원(17.9%), 유 전 의원(12.6%) 차례였다.(여론조사의 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유 전 의원은 지난 17일 <문화방송>(MBC) 인터뷰에서 ‘여론조사 1위’ 결과에 대해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그런 분들이 당을 망쳐서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뜯어고치는 데 제가 적임이라는 뜻이 반영된 것이라 본다”며 “전당대회 날짜 정해질 때까지 지켜보고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그때 가서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다른 당대표 후보들과 달리 윤 대통령의 실정을 꾸준히 비판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 비속어 파문을 겨냥해 “대통령실이나 우리 당이나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는 코미디 같은 일을 당장 중단하고 이 문제는 깨끗하게 사과하고 지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당원권 정지 1년 추가 징계를 받은 직후인 지난 7일엔 “양두구육이 징계사유라면 ‘이 xx들’ 막말을 한 윤석열 당원은 왜 징계하지 않냐”며 직격했다. 윤 대통령의 실정이 이어질수록 개혁보수인 유 전 의원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유 전 의원이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여론의 주목을 받자 당내 공격도 거세지고 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늙은 이준석”이라고 공격하며 유 전 의원을 ‘내부 분열 조장 정치인’으로 몰아세웠다. 유 전 의원에게 호의적인 여론조사는 ‘역선택의 결과’라는 분석이 공유되면서 당권주자인 조경태 의원은 지난 17일 현행 당원투표 70%, 여론조사 30%로 돼있는 전대룰을 당원투표 100%로 바꾸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비상대책위원인 김상훈 의원은 20일 비대위 회의에서 “모 후보의 당 대표 적합도가 8주 연속 1위다. 이 모두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등록 명단에도 없는 한 여론조사 업체에서 나온 결과”라며 유 전 의원에게 유리한 일부 여론조사 결과를 깎아내렸다.
유 전 의원의 재기 가능성에 대해선 당 안에서도 관측이 엇갈린다. 배신자 낙인을 벗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다. 그는 ‘정치인 박근혜’의 핵심 측근이었지만 2015년 원내대표 시절 박 대통령의 시행령 통치 등에 반기를 들면서 완전히 사이가 틀어졌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바른미래당을 창당하면서 ‘배신자 이미지’는 더욱 강해졌다. 대구 지역의 국민의힘 의원은 “유 전 의원은 대구에서 여전히 ‘배신자 프레임’을 벗지 못했다”며 “대구에 민주당 고정 지지층이 20% 정도 있는데 여론조사 결과는, 그런 사람들이 유 전 의원을 역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재선 의원도 “당내에 ‘이준석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당원투표에서 유 전 의원에게 표가 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 실망한 중도 보수층이 유 전 의원의 메시지에 반응하지 않을까 싶다”며 “‘이대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 유 전 의원에게 결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력 당대표 후보인 안철수 의원은 ‘유승민 견제론’에서 시작된 당원투표 강화 주장에 제동을 걸었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비당원 우호층의 참여를 더 줄이거나 아예 막아버리고 총선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민심 반영 비율을 낮추는 것은 중도층과 멀어지는 자충수”라며 “특정인을 견제하기 위해 룰을 바꾸는 것은 당당하지 못하다. 유불리를 계산하지 말고 국민과 당원 앞에 당당한 경선을 치러야 한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