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하면서 침대가 흔들려서 아침에 누가 폭탄을 터트리는 줄 알았어요.”
지진이 발생한 충북 괴산군 칠성면에 사는 박광자(52)씨는 29일 오전에 발생한 지진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박씨는 <한겨레>에 “침대에서 티브이(TV)를 보는데 침대가 흔들렸다. 너무 놀라서 급하게 옷 입고 나왔다”며 “그런데 계단에서 또 한 번 ‘위이이잉’ 소리가 나서 너무 놀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씨는 “해남에 사는 동생이 ‘언니 빨리 도망가’라고 전화가 왔다”며 “다세대 주택에 사는데 마당에 갔더니 놀란 주민들이 나와 있더라”고 말했다. 삼삼오오 모여있던 주민들은 상황이 잠잠해지자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이날 오전 8시 27분 33초와 49초, 충북 괴산군 북동쪽 11㎞ 지점에서 3.5와 4.1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올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가장 강한 지진이자 역대 38번째로 규모가 큰 지진이다. 괴산군 괴산읍에 사는 최진섭씨(58)씨도 “아침을 먹는데 쾅 소리가 나서, 아파트에 사고가 난 줄 알고 밖을 쳐다봤다”며 “뉴스에서 속보를 보고 서둘러 가스를 잠갔다.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지진이라 다리가 후들거렸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혹시 여진이 더 이어질까 봐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괴산읍에 사는 정우영(61)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우나에 갔다가 집에 막 왔는데 ‘쾅쾅’ 소리가 나서 너무 놀랐다. 아파트가 들썩이는 기분이었다”며 “지금도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리면 또다시 재난 안전문자가 오는 거 같아서 너무 무섭다. 아직도 진정이 안 되고,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청은 이날 지진을 느꼈다는 신고가 오전 11시까지 142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충북이 68건으로 가장 많으며 경기가 42건이었다. 강원 21건, 경북 10건이었고, 경남에서도 신고가 1건 있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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