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이 이태원 참사 엿새째인 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책임으로 경질론에 휩싸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연이틀 윤석열 대통령의 조문 일정에 동행했다. 윤 대통령이 이 장관 등 주무 장관의 조문 동행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재신임의 뜻을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3일 오전 8시56분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지난달 31일부터 나흘째 조문 행보다. 장관 중에서는 유일하게 이 장관이 윤 대통령의 조문에 연이틀 동행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윤 대통령이 ‘행안부 장관이 재난대응 주무부처 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반드시 조문에 동행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에게 ‘누가 조문에 동행하면 되느냐’고 물으니 윤 대통령이 ‘주무부처 장관들이 가면 어떻겠냐’고 했다. (대통령이 이상민 장관을 지목한) 원포인트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이 장관만 콕 찍은 게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 조문에 동행한 국무위원은 이 장관이 유일하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 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하는 대신 윤 대통령의 조문에 동행하면서 ‘조문 보좌’ 비판에 휩싸였다. 재난대응 주무부처 수장인 이 장관이 대책 마련 회의에 불참한 채 대통령 보좌를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실은 이 장관의 회의 불참 소식을 미리 전달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행안부 장관이 (회의에) 참석하는 줄 알았다”며 “나중에 확인해 보니까 대통령 지시 때문에 (조문) 시간과 겹쳐 그쪽으로 갔다”고 전했다. 총리실은 이 장관이 회의에 불참할 경우 차관이 대신 참석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관은 ‘조문 보좌’ 비판을 의식한 듯 3일에는 오전 9시30분께 중대본 회의에 참석했다. 당초 오전 9시로 예정됐던 중대본 회의가 연기되면서 이 장관의 회의 참석이 가능해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총리실이 이 장관의 조문 일정을 고려해 회의를 미룬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이에 총리실은 <한겨레>에 “총리 지시로 오전 9시 내부 간부회의를 열면서 중대본 회의가 연기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이 장관을 재신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자 대통령실은 ‘그와 무관하다’고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을 동행하는 배경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행안부는 재난안전사고 주무부처”라며 “대통령이 국가 애도 기간 동안 매일 같이 출근길에 합동분향소를 조문하고 있고, 주무부처 장관이 거기에 동행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 상황에서 이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그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여전히 진상규명 조사 결과 뒤 그에 맞는 문책 인사를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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