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이 회의 시작 전 묵념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들의 명단과 사진을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담겨 있는 문자메시지를 보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자, 국민의힘이 “국민적 슬픔을 정치도구화하려는 속내”라며 하루 종일 맹폭을 쏟아냈다. 국가애도기간(5일까지) 종료 이후, 정부의 부실 대처에 대한 책임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되고 있는 가운데, ‘슬픔을 정치도구화한다’며 민주당 쪽으로 화살을 돌린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참사 책임에 대한 ‘물타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도중 당내 인사로 추정되는 인물로부터 “이태원 참사 애도기간이 끝났음에도 희생자 전체 명단과 사진, 프로필, 애틋한 사연들이 공개되고 있지 않다. 수사 중인 이유로 정부와 서울시가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의도적 축소 은폐 시도다. 참사 희생자의 전체 명단과 사진이 공개되는 것은 기본”이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받아 읽고 있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문자에는 또 “이미 언론에 전체면을 채웠어야 하는 상황인데 야당이 뭘하고 있느냐는 따가운 질책에 답변이 궁색해진다”며 “유가족과 접촉을 하든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전체 희생자 명단, 사진, 프로필을 확보해서 당 차원의 발표와 함께 추모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처벌만큼 시급하다”는 내용도 있었다.
국민의힘 쪽에선 민주당의 전략기획위원장이기도 한 문 의원의 문자 내용이 공개되자,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맹폭을 쏟아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하루하루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을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국민적 슬픔을 이용해 정치적 셈법만을 따지고 있는 민주당의 저열한 행태에 소름이 끼칠 정도”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정파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민의 눈물까지도 이용하려는 잔혹한 정치”라고 밝혔다.
특히 문 의원이 참석한 행안위에선 이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고성 속 회의가 정회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저녁 전체회의에서 문 의원이 받은 문자를 거론하며 “참사를 정략에 이용하자는 문자다. 충격을 넘어 참담하다”며 “이게 책임있는 야당, 참사를 애통해하는 거대 야당의 모습인지 국민적 비극을 정당의 유불리에 이용하려는 민주당의 모습인지 국민적 참사를 선동에 이용하려는 모습인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장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문 의원은 즉각 신상발언 시간을 요구해 “의정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문자를 받는다. 제가 이 문자에 대해 실제로 지금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불가능하다고 상상도 못한다고 답장을 했다”며 “마치 우리 당이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정쟁으로 끌고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게 아니냐”고 반박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소리를 지르며 장 의원에게 ‘사과하라’고 항의하며, 회의가 정회되기도 했다. 이후 자정께 회의가 다시 열렸지만, 여야 의원들은 이 문자메시지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인지 여부를 두고 논란을 벌이다 10분 여 만에 회의를 산회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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